지난해 10월 북미 정상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미국이 20여개의 대북 공격 시나리오를 실제로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0월) CIA(중앙정보국)의 KMC(코리아임무센터) 책임자를 만났는데 군사옵션이 그냥 강경론자들의 협박용 메시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준비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여개 시나리오를 놓고 실행 방식과 북한 반응에 따른 후속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준비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KMC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CIA 산하 대북 핵심조직이다. CIA 한국지부장 출신인 한국계 미국인 앤드류 김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공격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5일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들과 만나 “독재정권이 우리나라와 동맹국에 상상할 수 없는 인명 손실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여러분이 내게 폭넓은 군사옵션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을 앞둔 시점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강경 대치로 치닫던 북한과 미국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여기서도 앤드류 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고위대표단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고위대표단이 한국에 왔을 때, 앤드류 김이 맹경일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비밀리에 만나 북미 접촉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CIA국장 신분으로 3월말 1차 방북한 것도 앤드류 김과 맹경일의 회동에서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회담을 사실상 앤드류 김과 맹경일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앤드류 김은 북미대화가 본격화한 이후 비핵화 협상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9일 2차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을 때 폼페이오 장관의 오른쪽에 배석한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문제, 북미회담 일정과 장소, 비핵화 의제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