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 허위사실을 삭제하지 않았다며 출판과 배포에 제동을 걸었다.
광주지법 민사23부(김승휘 부장판사)는 15일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가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전두환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5·18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칭한 데 대해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았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일 불구속 기소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출판, 배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어기면 1회당 500만원을 내도록 했다. 재판부는 5·18 관련 단체가 회고록에서 삭제를 요구한 암매장, 광주교도소 습격, 전 전 대통령의 5·18 책임, 김대중 전 대통령 민중혁명 기도 등 관련 표현 40개 가운데 36개를 허위사실로 봤다.
법원에서 회고록 출판에 제동을 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5·18 관련 단체가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전 전 대통령 측은 문제 부분을 삭제하고 지난해 10월 회고록을 재출간했지만 5·18 관련 단체는 지난해 12월 재출간한 회고록에 대해서도 출판·배포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 5·18단체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는 “5·18 역사 왜곡 주장을 집대성한 회고록으로 인해 전두환이 사자명예훼손죄로 기소됐고 두 차례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도 모두 인용돼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며 “전두환 스스로 역사를 왜곡한 회고록을 폐기하고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