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 인하대 겸임교수
지난 3월 인천에서 열린 한 단축마라톤 대회.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분이 있었다. 자기 이름을 크게 쓴 선거복을 입은 교육감 후보였다.
인천교육감 후보는 시장 후보와 같이 300만 명의 주민을 보고 뛰어야 한다. 선거비용 제한액도 13억 5000만원으로 같다.
하지만 후원금은 늘 부족하다. 전임 진보교육감, 전전임 보수교육감 둘 다 재임 중 징역형을 받은 흑역사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동네나 온나라나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치다. 교육은 정권의 전리품이었다.
대학입시제도도 1950년 이래 크게 16번, 모두 40번이 바뀌었다.
변경금지법까지 거론되는 여론도 ‘나 몰라라’다.
굳이 법제화 하자면 헌법으로 입시제도의 교육소비자중심 원칙을 밝히고, 중장기 교육정책을 정하는 국가교육회의(현 대통령 자문기구)를 법률로서 한국은행 같은 독립기관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는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다. 내쉬 균형은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상대의 입장을 감안하여 자신의 최적화 전략을 편 결과다.
대학은 더 우수한 아이들을 뽑기 위해, 교육부는 공약과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학부모와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을 한다.
약자인 학부모와 아이들은 사교육과 연합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비용이 막대한 비효율 균형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팽팽한 균형을 깨고 또 고친단다. 결정시기는 지방선거 뒤로, 책임은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위, 공론화 특위로 넘겼다. 2022년 대입을 위해 곧 닥칠 고입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3과 나같은 그 부모들은 카오스(Chaos) 상태다.
1980년대에 환상특급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시험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국가시험을 잘 보고 싶어 하는 아이를 부모는 오히려 걱정한다. 진실만을 말하는 약을 먹고 시험을 본 아이가 기준점을 넘으면, 국가는 아이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아이는 죽는다. 평등의 극단적인 예다.
우리 교육도 평등을 좀 더 앞에 두려 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수학능력평가도 학생을 줄 세운다며 절대평가로 바꿔 나가려는 것 같다.
그런데 대학은 변별력을 이유로 오히려 학생부종합평가를 강화했다. 2016년 학종에 대한 한 여론조사에서 75%가 상류계층에 유리하고, 78%가 불합격 기준과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공기업도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다. 지원서에 스펙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한 공공기관은 입사원서에 출신대학은 써도 안 되고 암시해도 탈락이라 하면서 졸업증명서는 받는다.
채용책임자가 결코 ‘ㅇㅇ대학교 졸업증명서’를 보지 않고 결정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은 무한경쟁을 하게 될 아이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 정직한 일인지 살펴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기 어려웠던 수험생들을 위한 사다리는 꼭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정부 몫이다.
교육예산을 전국 국공립대학에 집중하면서 전체 중 50% 비중으로 선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예산지원 대신 학생선발의 자율성을 보장해 과다한 사립대학의 구조조정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카오스는 혼란으로 해석되지만 원뜻은 만물발생이전의 원초상태다.
이번 카오스에서 태어날 대입제도에 대한 기대는 어렵지만 간결하다. 공정하고 단순하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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