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이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열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북한의 평화공세에 취해 무조건 박수치다가는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기회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언론인들은 초청 예정이지만 정작 전문가는 참관 대상에서 배제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청와대는 ‘풍계리 폭파소리는 핵 없는 한반도 축포’라 운운하며 당장 핵 폐기라도 이뤄지는마냥 환영하고 있지만, 전문가 검증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의 데자뷰가 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이 12일 공보를 통해 핵실험장 폐기 등의 향후 계획을 발표한 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풍계리 갱도 폭파하는 다이너마이트 소리가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여정의 첫 축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데 대한 지적이다.
북한은 2008년 6월 6자회담 참가국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이벤트를 벌였지만 이후 계속 핵개발에 매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이번 핵실험장 폐쇄가 10년 전과 같은 ‘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은 일부 갱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나 의원은 “청와대가 북한의 평화공세에 취해 따져야 할 것마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박수치다가는 그간 ‘최대 압박’ 등으로 국제사회에 나온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를 종국적으로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 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며 “핵실험장 폐쇄가 진정한 핵 폐기의 첫 걸음이 되기를 원한다면 이제라도 폐쇄 현장에 국제기구 및 전문가 배석은 물론 폐쇄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및 검증 수용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