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연, ‘욱일기’ 논란 키운 사과문… “영어-한국어 의미 달라”

입력 2018-05-13 14:17
뉴시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전범기(욱일기) 관련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스티븐연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한시간도 되지 않아 삭제했다. 영어와 한국어 사과문의 어감이 미묘하게 달라 오히려 논란을 키웠기 때문이다.

스티븐 연은 최근 영화감독 조 린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어린시절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욱일기 패턴의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다. 스티븐 연과 린치 감독은 영화 ‘메이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티븐 연의 계정에는 비난이 쇄도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스티븐 연이 욱일기의 의미를 모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스티븐 연은 13일 오전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작성한 사과문이었다.


스티븐 연은 한국어로 “최근 제 동료의 어린 시절 사진과 관련,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를 만들었다. 저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 역시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국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를 강조한 영어 사과문 내용이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 스티븐 연은 영어 사과문에서 이는 분명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넘기다 엉뚱한 곳을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며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 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비난이 계속되자 스티븐 연은 40여분 만에 사과문을 삭제했다.

한국인 부모를 둔 스티븐 연은 5세 때 캐나다로 이민,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이어 올해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에 출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