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방문해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이끌어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돌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귀국길에 오른 뒤 동행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환경을 조성해 이런 일이 생겼고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좋은 대화,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억류자 석방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흥분’이 섞여 있었다. 그는 어느 언론보다 먼저 트위터로 이를 전하며 “폼페이오 일행을 마중 나가겠다. 아주 신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9일 밤 늦게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북미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석방에 도움을 줘 고맙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권 인도주의 면에서 아주 잘된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 지도력 덕분”이라고 다시 공을 트럼프에게 돌렸다.
AP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 12시간30분간 머물렀다. 그 중 1시간30분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미국인 3명이 석방된 시점은 그들이 워싱턴행 비행기에 오르기 1시간 전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김동철 김학송 토니 김 등 석방된 3명은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미국 국민에게 “우리를 집으로 데려온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미국을 향해 가고 있는 도중에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들과 나누게 될 인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전 2시(한국시간 10일 오후 3시) 더 이상 인질이 아닌 그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패한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사실상 북한으로 가고 있었을 때 무단이탈을 했다고 비난했다. 가짜뉴스, 너무 안 좋아!"라고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은 ‘5월말·6월초에 싱가포르서 당일치기’라는 윤곽이 잡혀 가고 있다. CNN은 10일 미국 국무부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소식통 2명의 말을 인용해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몇 가지 플랜 중 ‘싱가포르안’을 진행하라는 지침이 국무부에 전달됐으며, 국무부 관료들이 이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9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일정이 확정됐다“면서 “비무장지대(DMZ)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흘 안에 날짜와 장소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유력하게 거론돼온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싱가포르와 판문점이었다. 트럼프는 트위터 등을 통해 두 장소를 각각 언급했었다.
싱가포르는 미국 정부 관료들이 선호하던 곳이었다. 지리적, 정치적으로 ‘중립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CNN은 보도했다. 판문점은 분단과 대결의 공간이란 점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 의미가 너무 강해 미국 정부 인사들이 부담을 느껴왔다고 한다. CNN은 국무부의 움직임을 전하면서 “백악관은 아직 회담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각료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은 5월말 또는 6월초에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의 석방을 결정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을 "평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 회담이 북한에게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①싱가포르 ②5월 말이나 6월 초 ③당일치기+α의 일정은 각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싱가포르’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성보다 중립성에 무게를 둔 선택이다. ‘5월 말 또는 6월 초’라는 시점은 캐나다서 열릴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걸 말해준다. 당초 6월 중순으로 밀릴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북미정상회담 ‘성과물’을 들고 G7 회담에 참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게 확인됐다.
‘당일치기’ 일정은 하루만 얘기해도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하루 일정(a single day)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며 "더 논의할 사항이 있을 경우 이틀로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전 협상 과정에서 합의문에 담아낼 내용이 상당부분 조율됐고 가장 핵심적인 이슈에 대한 두 정상의 담판만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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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