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주장에 대해 “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 등을 위해 40여일 만에 평양을 방문하는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렇게(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된다면 전 세계가 경제적 압박 완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는 김정은이 원하는 결과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쌓아가며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제적 비핵화 불가를 재확인한 것인데, 폼페이오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일괄타결식 해법을 추진하겠다고 대응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나는 북·미 간 안보관계에 있어 역사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기회를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일련의 조건들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며 “이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미국 측은 협상의 문턱을 높이고 북한이 이를 비판해왔다. 방법론에서 평행선을 달려온 상황이 ‘평양 협상’을 통해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북한과 중국이 깜짝 정상회담으로 강한 공조체계를 과시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22일 정상회담을 열어 공동 보조를 다듬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이 확정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고위급 차원에서 날짜와 장소에 대한 약속이 이뤄져 있으며 확정을 위해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억류자 3명의 석방에 대해서는 “그들(북한)이 옳은 일을 할지 물어볼 것”이라며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위대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으로 가면서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렸다. “북한 지도자의 초청으로 #DPRK(북한으)에 다시 가고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기대한다.” 극비리에 이뤄졌던 1차 방북 때와 달리 직접 평양행을 밝히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이 있었다고 했다. ‘공개 방북’은 양측 대화 결과에 ‘조심스러운 낙관’을 가능케 해주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미국 정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 방북 사실을 한국 정부에 미리 알려왔다고 9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NSC)이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을 폼페이오 장관의 출발 시점에 맞춰 우리 정부(청와대 NSC)에 알려왔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간에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의 정보가 원활히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