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권 승계’ 논란 재점화하나…삼성의 수상쩍은 2015년

입력 2018-05-03 05:00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근거로 작용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가치 상승이 고의적 분식회계에 따른 것이라고 금융당국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앞서 삼성이 에버랜드의 공시지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2015년 두 회사의 합병을 둘러싼 삼성의 행보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인정돼”

금융감독원은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감리 결과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미리 알려준다는 의미다. 해당 안건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2011년 설립된 이 회사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5년 갑자기 1조9000억원 규모의 흑자기업으로 변신하면서 불거졌다.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 바이오에피스를 2014년까지는 ‘종속회사’로 판단했던 삼성바이오는 2015년 유럽에서의 신약 승인을 이유로 갑자기 2015년에 ‘관계회사’로 바꿔 지분가치를 평가했다. 회계처리 방식이 바뀌면서 4600억원에 불과했던 바이오에피스 가치가 순식간에 4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삼성 측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신약 승인 이후 추가 지분매입 의사를 밝혀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수년간 종속회사로 분류해온 회사의 회계처리 기준을 신약 승인을 받았다고해서 갑작스럽게 변경한 것은 정상적인 과정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문제가 관심을 끄는 것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주의 가치가 삼성물산 3주에 해당돼 삼성물산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를 소유한 대주주였고,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지분 23%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건실한 회계와 미래성장성은 이 부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줬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핵심 근거가 삼성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바이오 측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정면대응 방침을 밝혔다.



◇에버랜드 공시지가 부풀리기 의혹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관련 움직임은 또 있었다. 삼성그룹이 2015년 합병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의 제일모직 소유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를 급격하게 올렸다는 의혹이다. 세금이나 개발 보상 등의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할 땅값이 유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에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은 2015년 합병을 앞두고 공시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가 1곳에서 7곳으로 급격히 늘었을 뿐 아니라, 6개 표준지의 공시지가 역시 ㎡당 8만5000원이던 것이 최대 40만원으로 370% 불어났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제일모직의 자산가치를 부풀려 합병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작업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증권사들은 급격하게 상승한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에버랜드 땅 가치가 3~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당시 에버랜드 공시지가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외부 압력 여부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은 모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있었던 2015년에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두 사안 모두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합병이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당국이 두 사안 모두 진행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