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외유성 출장’ 의혹과 ‘후원금’ 논란에 문 대통령은 13일 글을 통해 “위법성이 드러나거나 기준에 못미치는 도덕성 문제가 확인되면 김 원장을 사임시키겠다”면서도 “해외 출장 등이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퇴는 절대 없다”던 완강한 입장이 조금은 사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의 ‘친정’ 격인 참여연대마저 부정적인 기류로 돌아섰고, 사퇴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을 감안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임명 재가 15일 만에 문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낸 건 ‘부정적 여론’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원장의 거취문제가 야당의 공세와 여론의 흐름에 밀려 정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국민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피감기관이 부담하는 해외출장과 보좌관 동반, 임기말 후원금 기부, 해외출장 중 관광 등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대목은 국회의원 전반이 누려온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김 원장 한 사람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김 원장의 사임으로 그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앞으로 전·현직 의원들의 입각을 고려한다면 그때마다 같은 논란이 재발될 우려가 있어 이 기회에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원장을 물러나게 하려면 적어도 ‘객관적 위법 판정’과 ‘평균이하의 도덕성 확인’과 같은 합리적 잣대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문 대통령은 가닥을 잡았을 수 있다.
즉, 법적·도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인선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여전히 담겨 있는 셈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