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국정원 ‘DJ·盧’ 뒷조사… 선거에 악용해 ‘위기탈출’ 목적”

입력 2018-03-19 11:15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대북 특수공작비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를 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런 조사가 선거에 악용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도 조사할 방침이다.

MBC는 당시 국정원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위 행위 조사가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정치공작이었다고 19일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이명박 정부 책임이 있다는 의견과 대북 강경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선거 패배를 예상하고 이를 돌파할 수단으로 기획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의 조사는 2010년 4월부터 시작됐다. 6월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먼저 김 전 대통령이 지목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에게 자금을 지원하겠다며 국세청 조직을 동원해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을 찾아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대북공작금 7억원이 사용됐고, 국정원은 미국 현지 정보원에게 수시로 거액을 건넸다. 이 같은 조사는 약 2년간 지속해서 이어졌다.

다음 타깃은 노 전 대통령이었다. 국정원은 김 전 대통령 흠집 잡기에 실패하자 이번엔 ‘바다이야기’ 사건 관련자와 노 전 대통령을 연관시킬 단서 찾기에 나섰다. 2012년 4월 총선을 마찬가지로 두 달 앞둔 상황이었다. 바다이야기란 노무현 정부 때 전국에 유행했던 사행성 도박게임으로, 당시 정부 실세가 이 게임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정원은 필리핀으로 도주한 이 게임 관련자를 국내에 송환해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를 포착할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관련자 송환을 도울 필리핀 정부 관계자에게 협조 대가로 5만 달러를 건넸다. 하지만 국정원은 몇 년간 이어진 조사 끝에 두 전직 대통령 소문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이런 조사에 국고를 사용한 혐의로 1월 31일 구속된 국정원 최종흡 전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풍문성 비위 정보 수집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들이 언급한 ‘정치적 의도’가 ‘선거 악용’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이유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이에 이 전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