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안으로 들어와 이 전 대통령을 근접 취재 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아 빨간 명찰을 목에건 기자들은 이 전 대통령이 소환되었던 14일 아침부터 집으로 돌아간 15일 아침 6시 반까지 청사에서 시간을 함께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도착 예정시간인 오전 9시 30분보다 2-3시간 전 청사에 도착해 대통령 맞을 준비를 끝낸 기자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사 밖에서는 여러 단체에서 몰려와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상대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설자리가 별로 없어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때와는 대조를 이뤘다. 이 전 대통령이 예정된 시간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선 후 별다른 마찰 없이 무사히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기자들은 기사 송고에 분주하다. 시간을 다투는 큰 사건사고 사진과 기사는 대부분 10분 내에 본사에 송고된다. 서둘러 마감을 끝낸 기자들은 다시 현장에 모여 ‘대통령 귀가’ 취재 자리 추첨을 하고 청사직원,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과 최종 조율을 마쳤다.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집을 나선 기자들은 그제서야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고 청사 주변 스케치를 한다. 이후 각 신문사 사정에 따라 기자들은 청사 밖 다른 취재를 한 두건 더 해결하거나 아니면 청사에서 관련기사 검색을 하며 대기했다.
다시 어스름 청사에 밤이 찾아오고 창문 밖으로 하나 둘 불이 켜지면서 기자들은 다시 긴장에 들어갔다. 오전에 설정해 놓은 포토라인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카메라와 방송마이크의 이상유무도 살핀다. 예상은 했지만 검찰의 조사가 길어지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Good 밤' 인사도 나눈지 오래∼
체력 좋은 기자들도 새벽 2시가 가까워지고 최소 4시는 넘어야 조사가 끝난다는 소식에 하나둘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아무데나 기댄다. 검찰 내 휴게실에서 쪽잠을 자고 그나마 청사 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기자들과 혹 모를 비상시에 대비해 불침번을 서는 일부 기자들을 제하고는 청사 밖 유리창에 기대어 쏟아지는 잠을 청해 본다. 말 그대로 ‘풍찬노숙’이다. 기상청 예보대로 새벽 4시가 넘어서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봄비 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기자들은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이 전 대통령의 귀가가 임박한 것이다. 문제는 장대비였다. 여러 사람이 우산을 펴면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검찰과 경호팀의 협조로 최대한 비를 피해 취재를 할 수 있게 차량 가까이 포토라인을 재설정했다.
아침 6시 25분 이 전 대통령은 생각보다 밝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차로 향했다. 겉으로는 미소를 띄었지만 기자들 등 뒤로 쏟아지는 비처럼 이 전 대통령의 마음 속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으리라! 쓸쓸히 검찰 청사를 나서는 이 전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는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불행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