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한 버스 기사 무죄, 이유는?

입력 2018-02-17 10:12 수정 2018-02-17 10:19

밤길 도로에서 ‘역주행’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버스 기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사고 예측의 불가항력을 인정한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이수환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버스 기사 김모(5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2016년 10월 31일 오후 9시50분쯤 버스를 몰고 경기도 화성 편도 2차로 도로를 제한 속도 이내로 달리던 중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A씨(75·여)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이 사고가 발생한 곳은 제한속도가 시속 80㎞인 국도로, 도로 중앙엔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막는 중앙분리대만 있을 뿐 인도는 따로 없었다”며 “또 가로등이 없어 사고가 난 시간 운전자에 따라선 어두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어두운색 상의와 회색 하의를 입고 도로를 역주행하고 있었다”며 “버스 전조등에 의해 사람을 희미하게 감지할 수 있는 거리가 19.3m라는 점을 고려할 때 김씨가 피해자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사고의 발생 경위와 도로 환경 등을 종합할 때 김씨가 피해자가 걸어올 것을 예상하거나 발견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버스의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65.9㎞이었으며 사고지점에서 완전히 정지하기 위해 필요한 제동거리는 약 21.8m, 정지거리는 36.6~40.1m로 분석됐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