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머리카락과 눈썹이 하얗게 언 상태로 등교한 ‘눈송이 소년’이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는 ‘눈송이 아빠’ 사연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를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폭설 속 가족을 보러 40km를 걸어간 농민공(도시로 이주해 노동자 일을 하는 농민) 아빠의 사연을 전했다.
자오 팡지(60)는 가족과 떨어져 중국 상하이에 혼자 터를 잡았다. 농사를 짓던 그가 예순이라는 나이에 일자리를 구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다. 일거리를 찾다 상하이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는 중국 음력 설 춘제를 앞두고 허난성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지만 버스는 그를 집까지 데려다 주지 않았다. 폭설로 버스를 더 이상 운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은 제각각 택시를 타거나 다음날 까지 기다리기 위해 근처 숙박업소를 찾았다.
그도 선택을 해야 했다. 버스가 멈춘 곳에서 집까지 약 40km 정도 남아있었다. 만약 택시를 탄다면 약 200위안(약 3만4000원)정도 나올 것으로 보였다.
자오는 그럴 돈이 없었다. 그는 한 달에 2000위안(약 34만원)정도를 벌었고 1만위안(약 167만원)가량의 빚이 있었다.
걷기 시작했다. 수면용 매트, 침구 등 짐이 상당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200위안으로 택시를 타는 것보다는 아내에게 명절 선물로 새 옷을 사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명절 전에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면 이런 무모한 일은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사장은 명절이 지나고 밀린 돈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다시 상하이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기력이 쇠약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린 월급을 받을 길도 없어졌다. 자오는 “날씨가 무척 춥긴 했지만 참을 만 했다”면서 “날이 저물기 전 집에 도착하는 것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농민공 2200만명은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눈송이 소년’도 농민공의 자녀였고 자오도 농민공이다. 이들이 중국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여전히 처우는 형편없다.
중국 전체 인건비가 오르면서 농민공 임금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대도시 평균 임금에는 터무니없이 못 미친다. 농민공 월 평균 임금은 2016년 말 기준 약 3275위안(약 55만 원)이고 대도시 평균 임금은 1만 위안(약 170만원) 정도다.
그나마도 쫓겨나고 있다. 지난해 말 베이징에서는 농민공을 쫓아내기 위해 대대적인 전쟁이 벌어졌다. 농민공들은 “오늘 밤만 자고 내일 나가면 안 되나요? 밖이 너무 추워요”라며 사정하지만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한 농민공은 “우리도 중국인인데 왜 이렇게 대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당국에 강제 철거 중단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상하이와 선전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중국 경제 성장 한 축을 담당했던 농민공은 지금 당국의 냉대 속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