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제3정당’ 위해 벼랑 끝 승부수… 安 ‘조건부 사퇴’ 통할까

입력 2018-01-31 16:1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직후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3일 예정된 통합신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안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신당이 창당되는 2월 13일 통합을 완결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는 “(중재파 의원들이 신당에) 함께 해주신다면 (사퇴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대표직 즉시 사퇴’라는 중재파 의원들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통합신당 합류를 역제안한 셈이다. 동시에 6·13 지방선거까지 당의 공동 사령탑을 맡아달라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요청도 거절한 결과가 됐다.

중재파와 유 대표로부터 정반대의 제안을 받은 안 대표가 양측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통합 완성과 중재파 의원들의 이탈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현 상황은 통합반대파의 민주평화당 창당 과정에서 최소 14명 이상의 지역구 현역의원 이탈이 기정사실화됐다. 여기에 5명 안팎의 중재파 의원까지 탈당할 경우 통합 효과는 반감된다. 30석 미만의 정당으로는 안 대표가 기대하는 ‘강력한 제3정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 대표의 대표직 사퇴 발표에 유 대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저는 늘 통합개혁신당 성공을 위해서 안 대표와 제가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을 해왔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여전히 안 대표의 사퇴에 부정적이지만, 국민의당 내부 문제를 언급해 통합에 차질을 빚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유 대표에게) 말씀드렸고, 조금 더 깊은 얘기를 추후에 나누기로 했다”고만 언급했다.

안 대표의 역제안에 중재파 의원들은 대체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중재파 의원들과 회동한 뒤 “안 대표의 말은 중재파 제안을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주승용 의원도 “우리에게 공을 던지는 식으로 들려 대단히 불쾌하다”고 했다.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도 “중재파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오는 4일 (국민의당) 전대 당일 사퇴가 중재안의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일 통일된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민평당 측은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 입장을 “안철수식 꼼수”라고 평가절하했다. 민평당 창당준비위 최경환 대변인은 “안 대표가 사퇴한다 해도 지방선거선대위원장 등 직책으로 당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카드 돌려막기는 들어봤어도, 공동대표 돌려막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비판했다.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