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기간 짧을수록 신장이식 후 생존율 높고 거부반응도 낮아

입력 2018-01-31 13:26
말기 신부전 환자들은 투석치료를 받으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되는데 신장 이식 전 투석기간이 짧을수록 생존율이 높고 이식 거부반응도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한덕종, 김영훈, 신성 교수 등 신장이식팀이 지난 8일 신장이식수술 통산 5000회를 돌파, 이식환자들의 생존율과 거부반응 발생률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한 교수 등은 먼저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생체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 받은 환자 2898명의 장기 생존율(5년, 10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투석 전 신장 이식을 받았거나 투석 치료 기간이 19개월 미만으로 짧았던 환자들의 이식 후 생존율은 각각 99.3%와 9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석기간이 19개월 이상 지속된 환자들의 생존율 97.2%보다 높은 비율이었다. 한마디로 투석기간이 짧을수록 이식 후 생존율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신장이식 수술 후 발생되는 거부반응도 투석 전 신장이식을 받거나 투석치료 기간이 19개월 미만으로 짧은 환자들의 거부반응 발생률이 각각 17.1%와 16.8%로 19개월 이상 장기간 투석을 받아온 환자들의 거부반응 발생률 22.8%에 비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역시 투석기간이 짧으면 이식 후 거부반응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신장이식을 받기까지 이들이 앓은 원인질환은 당뇨와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진 경우가 가장 많았다.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당뇨 환자 11%, 고혈압 환자 4%에 불과했지만, 2011년부터 2018년 1월 현재까지 당뇨 환자 25%, 고혈압 환자 14%로 각각 2배 이상 늘었다.

1995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만성질환 환자군은 2010년 이후 신장이식의 가장 주된 원인질환군으로 자리 잡으며,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당뇨나 고혈압을 가진 만성질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는 혈당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몸 속 곳곳의 혈관 손상을 초래한다. 이는 신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을 저하시켜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잃게 된다.

고혈압 역시 신장 사구체 내의 압력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서서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10%까지 감소된 상태가 지속되면 말기신부전증을 앓게 되고 결국 망가진 신장을 대체할 투석이나 신장이식 수술을 피할 수 없다.

한 교수는 “매년 5000~6000명 정도의 당뇨나 고혈압 환자가 신장이 망가지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만성질환의 조기 관리로 신장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만약 투석을 받고 있는 상황에 적합한 기증자만 있다면 장기간 투석을 받는 것 보다 조기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 이식 후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교수팀은 2012년 1월에 국내 최단기간 신장이식 3000례를 달성한 이후 6년만에 5000례 돌파란 대기록을 따냈다. 그동안 신장이식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은 96%(1년), 90%(5년), 80.9%(10년)였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