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미사일 오경보’ 발령자 “실제상황인줄 알고 눌렀다”

입력 2018-01-31 11:28

미국 하와이에서 지난 13일 벌어진 ‘북한 탄도미사일 오인 경보’ 사태는 담당 공무원이 “실제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생각해” 경보발령 버튼을 눌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무원은 훈련용 녹음 메시지를 듣고 실제 상황으로 오해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으며, 결국 해고됐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3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오경보를 발령한 하와이 재난관리청 직원이 당시 ‘실제 상황’이라고 판단해 경보 버튼을 눌렀다고 밝혔다. 하와이는 13일 오전 8시7분 미사일이 하와이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경보가 문자메시지 등으로 발송돼 주민과 관광객이 큰 혼란에 빠졌다. 경보는 38분 후에야 정정됐다.

FCC는 근무 교대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혼선이 빚졌다고 밝혔다. 당시 야근팀 관리자는 근무를 마치고 업무를 넘기면서 미사일 대처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낮 근무 책임자는 이 훈련이 야근팀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훈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야근팀 관리자는 “훈련, 훈련, 훈련(exercise, exercise, exercise)”이라는 말로 끝나는 녹음분을 방송했다. 문제는 이 메시지에 “이건 훈련이 아니다(This is not a drill)”라는 말도 포함돼 있던 데서 비롯됐다. 낮근무를 막 시작한 경보 담당 직원은 “훈련이 아니다”라는 부분만 듣고 실제 상황이 발생했다고 생각해 즉각 경보 버튼을 눌렀다.

시스템상에 "정말로 경보를 발령하겠습니까?"라는 확인 메시지가 떴고 이 직원은 망설임 없이 ‘예(Yes)’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하와이 전역의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미사일 경보 문자 메시지가 전송됐다. FCC는 당시 훈련 메시지를 잘못 들은 직원은 오경보 발령자 한 사람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오경보 사태 후 하와이 재난관리청의 번 미야기 국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오경보 발령 직원’ 역시 해고됐다.

당시 하와이 주민들 휴대전화에는 ‘하와이를 향해 탄도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 즉각 대피소를 찾아 대피하라.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모두 대문자로 발송됐다. 미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는 경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즉각 오경보 사태가 보고됐다.

소셜 미디어에는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제이미 맬러핏은 “고객들에게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미용실 문을 닫는다고 문자로 알렸다. 경보 메시지를 보고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는 것 외에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며 “경보가 잘못 발송됐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6일 이 사태를 전하며 “미국이 우리 핵의 공포증에 빠진 것”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웃지 않을 수 없는 희비극이 연출됐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세계 각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졌다. 그런데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오보가 나면서 주민과 관광객을 더욱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핵의 곤봉을 휘둘러 온갖 악행을 일삼던 미국이 지금은 언제 머리 위에 떨어질지 알 수 없는 핵 포화의 공포증에 빠졌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