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신대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곽한락 전도사)가 29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동작구 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 종합관 4층 전산실 앞 로비를 점거(사진)하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 4일 김영우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종합관 1층에 천막이 설치된 지 25일 만에 4층엔 두 번째 천막이 설치됐다. 비대위 측은 책상과 의자 등을 쌓아 전산실 입구를 봉쇄하고 결의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점거에 임하는 우리의 결의’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총회 직영 신학대학으로의 정관 복원’ ‘재단이사회 이사 이기창 목사 서명 조작자 처벌’ ‘신대원위원회 위원 전원 해직 및 조작자 형사 처벌’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비대위 측은 31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시 2차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30일 만난 곽한락 전도사는 “김 총장이 교단과의 단절을 획책하기 위해 지난해 재단이사회를 소집하던 당시 정족수가 미달하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이기창 목사의 병실에 가서 7번이나 이사회를 개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 과정에서 회의록에 7차례 서명이 이뤄졌는데 총신대 운영이사회가 공인필적 감정기관에 의뢰한 결과 최소 4명의 각각 다른 사람에 의해 서명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명 조작이 확인된 이상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모든 이사들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조작에 가담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총장 측근으로 조직된 신대원위원회는 고등교육법과 학칙을 제멋대로 해석해 교수회의 권한을 찬탈하고 입시비리, 불법 징계, 불법 내규 개정 등 불법과 조작을 자행했다”며 “이와 관련된 자들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원위원회는 지난 19일 내규개정을 통해 제92조(졸업의 요건) 5항을 손질했다. 기존에는 ‘소속노회의 인준을 받아야’ 졸업의 요건이 충족됐지만 개정된 5항엔 ‘단 적법하고 합당한 사유 없이 노회가 인준을 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조항을 삽입해 노회 인준 없이도 총신대 신대원의 독자적 졸업사정권한을 마련한 것이다.
또 제29조(제적)에서는 신대원위원회의 권한으로 재학생을 퇴학 처분할 수 있도록 새로 항목을 삽입했다. 총신대 운영이사장 강진상 목사는 “제29조에 삽입된 항목은 김 총장의 비도덕성을 지적하는 학생들과 학교 사유화에 반대해 졸업을 거부한 학생들이 총회의 특별교육을 통해 강도사고시를 치러 합격할 경우 퇴학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규탄했다.
단식투쟁 도중 2차례 응급실에 실려 가고도 천막농성장으로 돌아 온 곽 전도사의 얼굴엔 수염이 성성했다. 농성돌입 초반에 비해 부쩍 기력이 떨어진 모습이었지만 그는 농성장을 오가는 교직원과 조교 등에게 “미안합니다. 기도해주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곳에서 25일째 투쟁하면서 자기 목숨 챙기고 자기 배 불리려고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성도들의 피땀으로 세워지고 운영되는 학교인 줄 알면서도 하나님 백성의 피를 빨아먹고 있는 자들이 곧 이단이나 다름없지요. 농성장을 찾는 분들이 ‘천막 안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처소에서 금식하며 기도하겠다’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힘을 얻습니다. 오늘 오후 총신대 학부 운영위원들이 예정된 MT를 취소하고 농성에 동참하면 더 많은 학부생들과 뜻을 모아 싸울 수 있을 겁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