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밀당’… 北, ‘공동훈련’ 놔두고 ‘문화행사’만 취소한 이유는?

입력 2018-01-30 09:21

북한의 ‘밀당’이 또 시작됐다.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남계획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남북 고위급회담 중 군 통신선 복원 사실 관련보도에 반발한 데 이어 북한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합동문화행사를 돌연 취소한 것이다. 명목은 우리 언론이 북측을 모독하는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 공동훈련은 건드리지 않아 북한 특유의 ‘길들이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29일 북측이 이날 오후 10시10분쯤 남북 고위급 회담 단장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명의 통지문에서 “다음 달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한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지난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을 열어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열고,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선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측은 우리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우리 측 언론들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북측이 취하는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한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내부 경축행사란 다음달 8일 열리는 북한 건군절 70주년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 언론들은 북한이 건군절 행사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 등으로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까지 취소하지는 않았다. 북측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직결된 스키훈련은 놔두고 금강산 문화행사만 건드림으로써 우리 측을 ‘길들이기’ 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북한은 앞서도 종종 이런 행태를 보였다. 지난 19일에는 일방적으로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남 계획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평창올림픽 축하공연에 나설 북쪽 예술단 방문 사전점검을 위해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7명의 대표단을 20일 남측에 보내겠다고 제의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돌연 취소 통보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중지 결정은 번복하고 예정일보다 하루 늦은 21일 오전 예술단을 남한으로 보냈다.

북한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에도 우리 언론의 군 통신선 복원 기사를 들며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북한은 “남측이 3일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9일에야 안 것처럼 여론전을 편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북한의 금강산 문화행사 취소로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물론 사전점검단 사례처럼 북한이 금강산 문화행사 취소 역시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전략은 올림픽 기간 중에도 재발할 수 있고, 남남갈등도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