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빙상연맹에 평창 출전 무산… 女빙속 노선영, 산산조각 난 꿈

입력 2018-01-23 21:38 수정 2018-01-23 21:39
뉴시스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금메달을 목에 건 노선영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하신 부모님과 쇼트트랙 에이스로 주목받았지만 골육종으로 투병 생활 끝에 2016년 4월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만을 생각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당연히 출전해 동생의 몫까지 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노선영의 꿈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어이없는 일처리로 산산조각 났다. 연맹은 지난 20일 막판 훈련 중이던 노선영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불가를 고지했다. 개최국으로서 팀추월 종목 출전권을 획득한 상황에 노신영에게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까.

지난해 10월 빙상연맹은 노선영을 포함, 김보름과 박지우를 팀추월에 뛸 3명의 선수로 뽑았다. 세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국제빙상연맹(ISU) 1~4차 월드컵 대회에 나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매스스타트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노선영은 개인 종목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고 여자 1500m에서만 예비 2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ISU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도 개인 종목 출전권을 획득해야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빙상연맹은 팀추월 출전 선수도 개인 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뒤늦게 ISU에서 관련 내용에 관해 통지를 받은 빙상연맹은 노선영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2006 토리노올림픽, 2010 벤쿠버올림픽 때도 출전했던 노선영은 당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빙판을 떠나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나 동생 노진규를 생각했고, 국내에서 열려 의미가 남다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마음에 스케이트를 다시 신었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을 불과 보름여 앞둔 시점에 출전불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것이다.

연맹이 기초적인 규정만 숙지했어도 노선영이 ISU 1~4차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에 집중했을 것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출전권을 땄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 명의 선수가 연맹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입게 됐다. 노선영이 빠지면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을 새롭게 꾸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현재 개인 종목 출전 자격을 가진 선수는 이상화와 김현영, 박승희다.

문제는 셋 모두 단거리 선수여서 2400m를 세 명이 함께 뛰는 팀추월 소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팀추월은 함께 뛰는 세 명의 호흡이 중요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새롭게 손발을 맞춰야 하는 점은 큰 부담이다. 팀추월 준비에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면 개인 종목 준비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