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평창행 불발’에 허탈한 러시아…“정치적 결정 의심”

입력 2018-01-23 18:05
뉴시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33)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그의 동료들을 비롯한 러시아 체육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현지 언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안현수가 23일(한국시간) 장비 점검 도중 올림픽 출전 가능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보도했다. 안현수는 지난해 12월초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훈련하다 최근 러시아로 돌아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 출전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현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진행한 조사에서 제외 대상에 포함돼 올림픽 무대에 서보지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 앞서 IOC는 국가 주도로 조직적인 도핑을 실시한 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불허하면서 “도핑과 무관한 선수들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 자격으로 평창행을 허락한다”고 밝혔다. 이후 출전을 희망한 러시아 선수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111명의 이름을 제외했다.

안현수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해 구제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올림픽 개막까지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사실상 출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안현수의 활약을 기대하던 러시아 체육계는 IOC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현수와 함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쇼트트랙 선수 그리고리예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쇼트트랙은 가장 깨끗한 스포츠”라면서 “금지된 약물의 도움을 받아 성적을 향상시키려 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또 “안현수는 그의 힘만으로도 승리를 거뒀다.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반 스코브레프도 “명확한 증거 없이 안현수같이 위대한 선수의 출전 기회를 빼앗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안현수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면 정치적 의혹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두 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메달을 땄지만 도핑 적발로 영구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스베틀라나 주로바 러시아 의회 의원은 안현수를 ‘쇼트트랙의 신’이라고 표현하며 출전 무산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현수가 없는 올림픽을 상상할 수 없다”며 “특히 이번 올림픽은 그의 조국에서 열린다. IOC는 대회 주요 인물을 제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현수는 국내에서 파벌싸움과 소속팀 해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500m·1000m·5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