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8도의 추위에도 학교를 가기 위해 4.5㎞를 걷다 얼굴이 얼어버린 ‘눈송이 소년’ 왕푸만(8)이 꿈에 그리던 북경 여행을 떠났다.
중국 윈난성의 빈곤 아동 왕푸만은 지난주 월요일 눈송이가 된 듯 꽁꽁 얼어버린 눈썹과 머리카락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에서도 왕군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왕군은 “경찰관이 돼서 나쁜 사람을 잡고 싶다”며 “새해 목표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돈을 번 다음에 아픈 할머니 약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북경”이라며 “그곳의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보고 싶다”고 했다.
왕푸만은 아직 동네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엄마는 가족을 두고 떠났고 아빠는 외국인 노동자로 일 년에 한두 번 집에 온다고 한다. 현재 할머니,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눈송이 소년’으로 불린 왕푸만의 사진은 소년의 삶을 완전히 바꿔놨다. 사연이 알려진 후 왕푸만의 아빠는 위난성의 건설 관련 직업을 제안받아 다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이들 가족에겐 약 30만위안 상당의 금액과 물품이 전달됐고 정부 기관의 후원을 받아 19~21일간 꿈의 북경 여행을 선물 받았다.
아빠는 차멀미가 있는 아들과의 여행을 걱정했지만 왕푸만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왕푸만은 “두렵지 않아요, 북경에 가는 건 무엇보다 좋아요!”라고 말했다.
왕푸만은 북경에서 경찰을 양성하는 중국인민공안대학에 방문해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났다. 북경 특수경찰 본부도 돌아보며 클라이밍을 체험하고 경찰 오토바이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톈안먼 광장에서 국기게양식에도 참석했다.
왕푸만은 “이번 여행은 태어나 첫 여행”이라며 “우리 집은 너무 추운데 북경 호텔방이 너무 따뜻해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왕푸만과 같은 6100만명의 류수아동(留守兒童, 돈 벌러 외지로 나간 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홀로 남겨진 아동) 및 빈곤 아동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