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기름이 많이 끼면 심장 건강이 나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강은석, 이용호 교수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심장근육의 기능 약화를 초래해 심부전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19일 밝혔다. 지방간과 심부전 발병의 여관성을 밝힌 연구는 처음이다.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정상보다 5% 이상 끼어 있을때를 말한다. 20여년 전만 해도 지나친 음주에 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전체 지방간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4배 이상 많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탓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10~20%는 지방간염으로 진전되고 그들의 5~10%가 간경화로, 10년내 이들의 25%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건강검진 수검자 308명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군(118명)과 정상 간 수치 보유군(190명)으로 나눠 분석했다. 지방간 진단군은 체질량지수(BMI)가 평균 26(비만에 해당)으로 정상군(23)보다 높았다. 고혈압 비율도 진단군이 정상군에 비해 47%대 33%로 높았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과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심장 기능의 차이도 비교했다. 심장 초음파 검사상 진단군은 정상군에 비해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고 구조의 변형도 확인됐다.
특히 심장 좌심실의 이완 기능이 저하된 환자군 비율이 정상군 보다 진단군에서 1.9배 정도 더 많았다. 또 진단군의 좌심방 크기가 정상군에 비해 평균 1.2배(약 17%) 정도 커져 있었다.
PET 검사에선 진단군의 심장근육이 소모하는 포도당 흡수율이 정상군에 비해 평균 30% 정도 적었다. 심장근육의 대사 기능 활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강은석 교수는 “심장근육의 약화로 이완 기능이 떨어지면 ‘이완기 심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부전은 심장이 적절한 수축과 이완 운동을 통해 온 몸에 보낼 혈액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뿜어내지 못하는 중증 질환이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간에 쌓인 지방 축적량보다 간 조직의 섬유화가 얼마나 더 진행됐는지가 이완기 심부전 발병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사실을 찾아낸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장 이완 기능 약화는 간 조직이 탄력을 잃고 굳어지는 섬유화가 있을 경우 진단군이 정상군에 비해 2.3배 더 위험도가 높아지는 걸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아울러 “갈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갖고 있는 국내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당뇨와 비만이 같이 있을 경우 심부전의 발병 위험도를 높일 지방 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며 “조기에 지방간을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간학회지 최신호에 주목도 높은 연구결과로 편집자 의견과 함께 실렸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