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농구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데릭 로즈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연습을 마친 뒤 ‘클리블랜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시즌 초반 발목 부상을 입어 2개월을 넘도록 결장한 그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 했다. 너무 많은 부상을 달고 산다는 힐난이었다.
로즈는 “난 기록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게 뭔지 보여주고, 이 팀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폼이 아닌 정장 차림으로 벤치에 앉을 때도 맨 앞줄을 고집했다. 로즈는 “나는 여러 면에서 팀을 도울 수 있다. 속도가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스피드에 대한 여전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장 의지를 보이던 그는 19일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에서 돌아왔고, 팀이 연패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했다. 2쿼터 시작과 함께 코트에 투입된 그는 팀 동료 카일 코버의 패스를 받아 골밑에서 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 종료 직전 상대팀 엘프리드 페이튼의 중거리 슛을 깨끗하게 블로킹했고, 4쿼터엔 수비 리바운드 이후 직접 공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 왼손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13분간 9득점, 3리바운드였다.
로즈는 “나는 과거에 모든 것을 해냈고, 이젠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2008년 NBA 전체 1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입단한 그는 2008-09시즌 신인왕이었고, 2010-11시즌에는 리그 최연소 MVP였다. 모두 20대 초반에 이뤄낸 일이다. 98년 마이클 조던이 떠난 상황에서 당연히 시카고의 최고 스타였다.
그의 주특기는 좌우로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크로스오버와 거침없는 돌파였다. 자신보다 큰 선수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엄청난 점프력으로 덩크슛을 꽂아넣곤 했다.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된 이후에도 그는 연습벌레 중의 연습벌레로 통했다. 오프시즌에도 꾸준히 체육관을 찾아 점프슛 등 결점을 보완했다.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와 혹독한 자기단련은 팬과 부상을 동시에 불렀다. 원정경기 중에도 관중들은 로즈를 향해 MVP를 연호했다. 그러던 2012년 5월 플레이오프 1차전, 로즈는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갑자기 왼쪽 무릎을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왼쪽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2013년 11월에는 방향을 틀다 발을 헛디뎌 쓰러졌고, 실려 나갔다. 이번엔 오른쪽 무릎 반월판 손상이었다.
1m 가까이 점프한 이후 한쪽 다리만 쭉 편 채 착지하는 버릇은 로즈의 관절에 계속 무리를 줬다. 재활과 복귀, 새로운 부상이 지겹도록 반복됐다. 2015년 8월에는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이 “예전의 로즈가 된 것 같다”고 말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로즈는 이후에도 발목과 햄스트링을 번갈아 다쳤다. 시카고를 떠나 뉴욕 닉스를 거쳐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고, 몸값은 하락했다.
로즈는 마음을 비우고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유리 몸’의 현실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는 복귀전 직전 “어린 시절의 연습량이 과도했다”면서도 “뭔가 이뤄지지 않은 걸 이루고 싶다면, 기울여지지 않은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느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 시간들이 계속 몸에 투입되면 몸은 부서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나는 이 스포츠를 사랑한다. 내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