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전 靑수석 불구속기소… e스포츠 통한 전방위 뇌물수수 혐의

입력 2018-01-18 16:50
사진=뉴시스

검찰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불구속기소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뇌물성 후원금을 받는 등의 혐의다. 전 전 수석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재판에 넘겨진 첫 청와대 출신 고위 인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18일 전 전 수석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횡령, 정치자금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불구속기소로 방향을 틀었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뇌물성 후원금을 걷은 혐의를 받는다. GS홈쇼핑·롯데홈쇼핑·KT 등 기업에게서 각종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후원을 압박한 것이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2015년 7월 재승인 인가를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방송재승인 관련 문제제기를 중단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3억원을 협회에 후원하게 했다. GS홈쇼핑으로부터 국정감사 증인신청 철회해달라는 청탁을, KT로부터는 불리한 의정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각각 1억5000만원, 1억원을 협회에 제공하도록 했다.

청와대에 근무하던 지난해 7월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을 담당하는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 사업에 20억원의 신규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전 전 의원은 기재부 공무원에게 “지시한 예산에서 10원도 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협회에서 근거 규정 없이 가족 해외여행비를 지원받고, 협회 예산 1억5000만원을 의원실 직원 급여나 개인 해외 출장비 등으로 유용하며 사실상 협회를 사유화한 정황도 포착됐다. 아울러 롯데홈쇼핑 측에 수백만원대의 상품권을 받아 가족 등이 쓰게 하고 가족과 함께 롯데그룹 계열인 제주도 고급 리조트에서 공짜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은 뇌물수수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2014년 12월쯤 e스포츠 방송업체 대표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해 불법정치자금 2000만원을 직접 받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가 열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은 선거에 돈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을 기소하면서 롯데홈쇼핑 강모 전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뇌물액수가 상당하고, 기프트카드 등 향응을 접대한 점이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GS홈쇼핑과 KT는 피해자로 판단했다. 전 전 수석 측이 이슈를 발굴해 인위적으로 압박한 점을 고려했다.

전 전 수석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 680만원 상당의 최고급 숙박 향응 등을 받아 본인과 가족들이 사용했다는 부분은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앞서 전 전 수석의 대리인 역할을 한 윤 모 전 비서관을 비롯해 김 모 전 비서관, 배 모씨 등을 구속기소했다. 조모 e스포츠협회 사무국장도 구속됐지만, 지난해 11월 30일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돼 불구속 기소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