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돈 한 푼 없이 미국 명문대 유학을 선택한 청년 이야기

입력 2018-01-18 10:00
덩린지에 웨이보

전 세계에서 25명에게만 입학이 주어진 미국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학비가 없어 꿈을 포기할 위기에 처했던 중국청년이 마침내 졸업했습니다.

2015년 3월, 덩린제는 평생 꿈에 그리던 미국 뉴욕 시각예술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이 학교는 전 세계 예술대학 중 손에 꼽히는 명문대죠. 막상 합격통지서는 받았지만 그에게는 돈이 없었습니다. 지방에서 작은 잡화점을 운영하는 가정 형편에 미국 유학이 가능할 리 없었습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고심 끝에 SNS에 상황을 알렸습니다. 그는 “학비를 지원해주면 2년 뒤 원금에 20% 이자를 보태 갚겠다”고 했죠.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돈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유학을 가려고 하냐”며 양심 없다는 소리도 들었고 일부는 ‘사기꾼’으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온정이 피어났습니다. 230여명이 그의 손을 잡은 건데요. 도움을 받아 1주일 만에 50만 위안(약 8300만원)을 모을 수 있었죠.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 그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머니와 떨어져 낯선 땅에서 홀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도움의 손길을 내민 투자자(?)를 향한 고마움이 더 컸을 겁니다.

입학을 했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뉴욕에서도 무수히 많은 벽을 만났죠. 역시 ‘돈’이 문제였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돈을 허투루 쓴 것은 아닙니다. 졸업까지 50만 위안으로는 어림도 없었죠. 옷을 포함한 모든 생활용품은 중고매장을 이용했고, 식사는 매일 한 끼에 6달러를 넘지 않게 해결했습니다. 그마저도 한 가지 반찬은 남겨두었다가 이튿날 먹었죠. 숙소는 브루클린 빈민가 한 교회 피난처로 잡았습니다.

돈을 아껴 쓰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돈을 벌어야 했죠. 중국 전통서예를 팔기로 결심하고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 장당 10달러씩 받으며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성실함과 실력이 더해지자 입소문이 났습니다. 온라인상에 개인 브랜드 쇼핑몰을 개업할 정도가 되었죠.

점점 많은 사람이 서예 작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 중국 학생을 대상으로 디자인 온라인 강좌까지 열었습니다. 수강생은 200여명정도로 급속히 불어났죠. 주말에도 쉬지 않고 강의에 매진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유학길에 오를 때 빌린 돈을 차츰 갚아 나갔습니다. 투자한 사람들에게 돈의 사용 내역과 상환 기록을 상세히 SNS에 공개하기도 했죠. 너무 ‘돈’만 버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지자 본인의 성적표까지 공개하며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덩린지에 웨이보

마침내 지난해 5월 졸업장을 손에 쥐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갚을 돈이 8만 위안(약 1330만원)이나 남아있었습니다. 그는 베이징으로 돌아왔습니다. 230명에게 돈을 모두 갚기로 약속한 2017년 12월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말이죠.

최선을 다했습니다. 디자인 작품을 쉬지 않고 팔았고, 심지어 캘리포니아주 정자은행에 정자를 기증해 1500달러를 받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2017년 12월 30일, SNS에 “도움을 준분들께 원금과 이자를 합쳐 총 57만1192위안(약 9450만 원)을 갚았다”고 적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원금만 받고 이자는 사양했습니다. 일부는 아예 돈을 받지 않겠다고 연락을 끊어버리기도 했죠.

그러자 연락이 닿지 않는 54명에게 2만4007위안을 돌려주지 못했다면서 그 명단을 올렸습니다.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은 연락을 달라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겁니다. 결국 2년 전 도움을 준 230명 모두와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

덩린지에 웨이보

2년 전 그는, 미국행을 두고 ‘이것이 가능할 일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을 겁니다. 가난하다고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솟아날 구멍 하나쯤은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인생으로 보여준 청년의 사연에 전 세계 네티즌은 감사를 넘어 존경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