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증언 거부… 다 내 잘못… 朴 향한 정호성식 ‘충성’

입력 2018-01-16 15:56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감싸는 증언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은 “다 내가 잘못한 것”이란 요지로 증언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한 법정에서 울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던 것과 달리 박 전 대통령 없이 홀로 증언대에 서자 ‘모셨던 이’에게 유리한 증언을 적극적으로 쏟아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집권 초기 연설문 등을 작성할 때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의견을 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후 자신이 개인적 판단 아래 문건들을 최씨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은 어느 문건이 최씨에게 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 뜻을 헤아려 도움이 되고자 한 일인데 제가 과하게 행동했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대통령 발언자료와 연설문 외에 인선자료나 순방일정표 등은 최씨 요청에 의해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오랫동안 모신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증언을 거부했었다. 재판 말미에 발언권을 얻어 눈물을 흘리며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게 너무나 많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도 없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몰두하신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해 2013년 1월~2016년 4월 청와대와 정부부처 공문서 47건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같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공모도 인정했다. 이 재판은 현재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