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여성이 희귀암으로 생을 마감하며 남긴 몇 가지 당부

입력 2018-01-16 13:46
Holly Butcher 페이스북

삶과 너무도 일찍 작별한 27세 젊은 여성이 죽음 문턱에서 남긴 편지가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호주 출신 홀리 부처는 악성 골종양 즉 희귀암 일종인 유잉육종을 앓다 지난 4일(현지시각) 27세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유잉육종은 뼈에 생기는 소아암 중 하나다. 부처는 사망 전 긴 편지를 한 장 남겼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짧은 인생을 돌아보며 남은 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싶다고 했다. 유족이 부처의 부탁을 받아 페이스북에 공개한 편지를 번역해 재가공해봤다.

Holly Butcher 페이스북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기분은 정말 낯설어요. 사실 실감이 잘 안나요. 이제 곧 27살인데, 아직 떠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죽음을 막을 수는 없죠. 죽음은 당신이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요.

혹여 미용사가 머리를 너무 짧게 잘랐다고, 엉덩이가 너무 크다고 고민하지 말아요. 만약 당신이 아주 사소한 일에 신경이 쓰인다면 더 큰 문제를 마주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작고 무의미한 스트레스에 시간을 버리지 말아요. 시간은 귀중한 일에 쓰세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즐기세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보다 눈에 담는 것이 더 좋아요. 삶은 화면을 통해 사는 것이 아니죠. 완벽한 사진이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도 아니고요.

꼭 날씬하지 않아도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하세요. 원하는 몸매가 아니더라도 멀쩡하고 건강한 몸을 가진 것은 큰 행운이니까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모든 힘을 다해서 그들을 사랑해주세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쓰세요. 죽는 마지막 순간에도 쓸 돈이 있더라고요. 새 옷을 사는 데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에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써보세요.

살기 위해 일하되 일하기 위해 살지 마세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해요. 하고 싶지 않은 일에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세요. 당신을 비참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을 변화시킬 힘이 당신에게는 분명히 있어요. 낙담하지 마세요.

헌혈 덕에 죽음이 예정된 날보다 1년을 더 살았어요. 헌혈은 내게 1년이라는 시간을 더 주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시간이었죠. 여러분 모두 착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세요. 선행은 당신을 기분 좋게 하고 모두를 구하는 일이에요.

이제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밖에 나가 하늘이 얼마나 파랗고 나무가 얼마나 푸른지 바라보세요.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느끼면서요.

부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4일 오전 사망했다. 그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편지는 현재 약 15만번 공유되며 전 세계 페이스북 유저를 울리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