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국회 평창특위 업무보고에서 출석해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입장이 합의되면 한반도기를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남한 선수들의 출전권이 박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배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도 장관의 ‘한반도기’ 발언은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철규 의원은 “남북이 공동입장 때 태극기를 들지 못하고 남북 단일기 들게 된다는 이야기에 많은 국민이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 장관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임을 전제로 “과거 9차례 공동입장 전례를 보면 매번 한반도기를 들었다”며 “여기에는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인 평화를 구현하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뜻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선 “보통 단일팀은 5대 5로 구성하는 게 기본이었지만 이번에는 우리 선수 23명은 그대로 유지되고 ‘플러스알파’를 논의하는 것”이라면서 “선수 교체가 자주 이뤄지는 아이스하키 특성상 우리 선수들이 출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 문제를 선수들과도 상의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심기준 민주당 의원은 난방시설 부족, 여자화장실 시설 보완, 방한용품 착용 공간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지적사항을 충분히 헤아려 사전 홍보와 더불어 보완하겠다”고 대답했다.
◇ 역대 남북 단일팀, 어떻게 구성됐나
1991년 탁구 및 청소년축구 남북 단일팀은 대회를 2개월 이상 앞둔 시점에 그 구성이 합의됐다. 대회 1개월 전에는 결단식과 해단식을 포함한 모든 세부사항이 확정됐고, 이후 남북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합동 전지훈련이 진행됐다. 올림픽 개최까지 불과 28일을 남겨둔 상태에서 단일팀 제안이 이뤄진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비교된다.
남북은 91년 2월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이뤄진 제4차 체육회담에서 같은해 일본에서 열릴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제6회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 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탁구의 경우 대회까지 71일, 축구는 122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탁구 단일팀의 경우 남북 대표가 단일팀 실무위원회 합의서에 나란히 서명한 시점은 91년 2월 27일, 대회까지 56일을 남긴 때였다. 선수 선발 및 훈련방식은 물론 의료·공보·통역을 포함한 모든 선수단 구성과 관리 방침이 합의됐다. 트레이닝복 가슴에 한글로 ‘코리아’를, 등에는 영어로 ‘KOREA'를 기입한다는 내용이 이미 이때 결정됐다.
우리 측은 선수들의 유니폼과 트레이닝복, 양말, 가방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한은 행사에 쓰일 단복과 단기를 준비하기로 약속했다. 물품은 남북 연락관 접촉을 활용, 대회 1개월 전 판문점에서 교환키로 했다. 당시 합의된 실무합의서에는 선발된 탁구 선수가 부상·질병으로 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되는 경우의 차선책까지 담겨 있다.
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차관을 탁구대회가 열릴 일본에 파견, 북한의 김형진 단일팀 선수단장을 만나 “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키로 한 시점도 대회 1개월 전이었다. 선수들의 출전권을 둘러싸고 벌어질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이 빨랐다.
우리 측의 박성인 당시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북한의 장웅 당시 국가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이 일본의 조직위원회에 합동 명의 공문을 보내 “남북한 단일팀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 남북 11명씩의 선수 참가를 최대한 지원 협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개회 2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단일팀 선수들은 1개월 안팎의 합동 전지훈련으로 서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탁구 단일팀은 일본 나가노, 나가오까, 지바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해 복식 파트너와 호흡을 맞췄다. 축구는 91년 5월 6일부터 서울에서, 5월 10일부터 평양에서 남북이 평가전을 진행했다. 대회까지 39일을 남긴 때였다. 이후 선발된 청소년축구 단일팀 선수들이 포르투갈로 날아가 전지훈련을 시작한 시점은 대회 23일 전이었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강화훈련을 취재할 기자들의 명단까지도 대회 1개월 전에 마련돼 있었다.
비교적 충실한 준비에도 대회 전후 문제점이 보고됐다. 탁구선수권대회 이후 작성된 단일팀 참가 결과 보고서는 1개월간의 전지훈련을 ‘짧은 훈련기간’이라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남북간 신뢰 회복, 교류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선수들이 단일팀 구성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감으로 단식, 복식경기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남북 선수가 짝지은 남자·여자·혼합복식에서는 빼어난 성과가 없었다.
역대 단일팀 선수들은 모두 남북 동수였다. 탁구의 경우 11명씩, 청소년축구는 9명씩이 각각 남북에서 선발됐다. 탁구 단일팀은 선수 명단을 당시 세계랭킹 순위에 따라 작성·제출했는데, 남북의 경기력 수준이 엇비슷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남자는 유남규(남한) 리근상(북한) 김성희(북한) 김택수(남한) 순이었고, 여자는 리분희(북한) 현정화(남한) 유순복(북한) 홍차옥(남한) 순이었다.
당시 한국의 축구 지도자들은 청소년축구 단일팀의 경기력 악화를 우려했다. 한국이 북한보다 실력이 뛰어나며, 함께 경기를 펼치기엔 훈련 기간이 부족했다는 진단이었다. 엔트리 자체는 남북 동수지만 그라운드에 나설 11명이 과연 어떻게 구성되느냐의 문제 역시 민감했다. 당시 감독은 북한, 코치는 한국에서 맡았다. 우리 정부는 “선수 기용은 감독의 전권사항이므로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측 임원진에 주의를 촉구한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20일 이후 윤곽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성사 여부에 대해 “이미 상정된 제안이기 때문에 IOC에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북한 측이 남북 단일팀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대답할 일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단일팀 구성은 어느 한 쪽에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IOC에서 다 함께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최근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길이었다.
장 위원의 이 같은 답변은 그간 우리 정부가 보이던 입장에 비해 크게 진전된 내용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통일부를 통해 남북 회담을 제안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남북 공동입장과 공동응원단 구성은 물론 단일팀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문체부는 공동입장·공동응원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의제로 봤지만, 남북 단일팀 문제만큼은 세심하게 논의할 방침이었다.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결부된 문제라서였다. 그간 정치권에서 올림픽 남북 단일팀 제안이 제기될 때마다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를 바라보고 노력했던 우리 선수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대한체육회도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평창에 파견할 인원은 약 400~500명으로 예상된다. 선수단 이외에도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의 참가가 예정돼 있다. 우리 정부가 공식 제안하고 장 위원이 즉답을 피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는 20일 로잔에서 평창조직위, 남북 올림픽위원회(NOC) 대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이 회담한 이후 확실한 방향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