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 바라보는 원인 모를 소화불량과 신경성 위염, 진짜 원인은 ‘담적’

입력 2018-01-11 11:45

#서울의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이승재 씨는 식사를 하기 전 겁부터 난다. 식사를 하고 나면 좀처럼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나절이 지나도 위장 내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이다. 그는 “점심만 먹고 저녁을 건너뛰었는데도 복부 팽만감이 심하다. 다음날 아침까지 소화가 안 되니 점심을 먹어도 될 지 출근할 때부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내시경 검사에서 ‘신경성 소화불량’ 진단을 받았고 소화불량은 점차 더 심해졌다.

이 씨의 사례처럼 내시경에서 ‘이상 없음’으로 판명되지만 일상생활이 쉽지 않을 만큼 고통을 호소하는 위장 환자들이 많아졌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위염(K29)’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환자는 2008년 442만6천 명에서 2012년 521만2천 명으로 증가했다.

위염의 경우 이처럼 발병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나 내시경이나 각종 정밀 검사에서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내시경 상에서는 염증 이외에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으니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절망은 작지 않다. 이들은 원인불명의 신경성 진단을 받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방에서는 이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위장병을 어떻게 바라볼까? 위담한방병원 최규호 원장은 “지난 2003년 내시경에서는 ‘이상 없음’으로 나왔으나 물만 먹어도 토하던 내원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위장병을 발견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본디 위장은 부드러운 조직으로 이뤄져 있으나 당시 환자의 위장은 경결 상태였다. 복진 시 위장을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던 것으로 위장이 굳어져 연동 운동이 이뤄지지 않아 소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적으로 외벽의 문제였기에 내시경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위장 점막 조직을 확대해보면 세포 사이사이는 쫌쫌한 그물처럼 정밀하게 짜여있다. 이 치밀한 결합들의 틈에는 ‘문’이 존재하는데 이 문을 통해 음식물이 들어오고 분해된다. 만약 독소나 유해한 물질이 있을 시에는 유입을 막기 위해 닫힌다.

하지만 급식, 폭식, 야식 등 좋지 못한 식습관으로 위장 점막의 문이 깨지게 되면 음식 노폐물이나 독소 등이 유입된다. 정상적인 순환작용을 하지 못한 음식물은 소화, 흡수, 배설 모두 되지 않은 채 부패하여 가래같이 탁하고 걸쭉한 병리 물질로 변성된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담(痰)’이라고 부른다.

담 독소가 우려되는 것은 혈액이나 림프를 타고 전신을 순환한다는 사실에 있다. 일찍이 조선의 명의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병이 열이면 담병이 아홉’이라며 담과 관련되지 않는 병이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담은 외벽의 문제이기에 내시경으로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위담한방병원 측은 담 독소로 위장이 굳어지는 이 병에 대해 노폐물이나 독소를 의미하는 담(談)과 붓고 굳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적(積)을 합성해 ‘담적병’ 또는 ‘담적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담적병은 내시경으로 볼 수 없는 위장 외벽의 문제를 관찰할 수 없기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다각적으로 접근해 진단할 필요가 있다. 한의원에서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와 서양의학의 생물학적 이론과 한의학의 경락이론을 접목해 고안된 EAV(경락공능진단기)로 위장 신경의 기능 강약 및 변성 상태를 관찰하고 외벽 통증과 굳기 정도를 12단계로 분류해 담당의의 세밀한 복진을 통해 담적병을 진단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담적병 진단을 받게 되면 우선 발효한약으로 외벽에 끼어있는 담 독소를 제거해야 한다. 다음으로 아로마 물리치료 및 소적치료를 통해 굳어진 조직을 풀어내어 위장 근육층 운동성을 회복시킨다. 또한 담적 부위에 왕뜸을 놓는 복부온열도포법, 임독맥온열도포법 등으로 위장에 혈액순환을 유도하고 양에너지를 공급시킨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4개월의 치료기간을 거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규호 원장은 “담적으로 인한 위장병은 내시경에도 나오지 않기에 진단 자체가 어려워 한동안 고생한 뒤 위장이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나서 뒤늦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았다”면서 “악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담적 치료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풍부한 병원을 선택해 방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