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평창 다음은 비핵화”… 북핵 해결 시험대 선 한국

입력 2018-01-11 07:36

남북 대화 이어가며 ‘북핵 대화’ 성사 과제로

비핵화 언급에 발끈한 북한
북핵 협상에 초점두는 미국
文정부의 양측 설득이 관건

비핵화 대화로 연결 안되면
남북관계 개선도 한계 봉착
‘도발 대 제재’ 국면 재발 경계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정부 구상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은 2년여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파견하겠다는 등 통 큰 모습을 보였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대화’만큼은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는 남북 회담이 끝나자마자 “평창 다음은 비핵화”라며 북핵 대화를 강조했다. 정부로선 모처럼 트인 남북 대화를 이어가면서 북핵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과 북한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북핵 전문가들은 10일 남북이 전날 고위급 회담에서 군사당국 회담 개최,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 활성화 등을 합의한 데 대해 “첫 회담치고 성과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각된 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 간 입장차다.

사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조속한 시일 내 한반도 비핵화 등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며 비핵화를 명시한 것 자체가 다소 파격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회담 의제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 개선에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북측은 비핵화 언급이 나오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평창 이후’에 주목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다음 단계는 우리의 최우선 순위인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이후 비핵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적 고립을 종식하는 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라며 “우리는 그 점에서 계속 전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핵화 없이 남북 관계 진전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남북 회담으로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였지만 이것이 비핵화 대화로 연결되지 않으면 남북 관계 역시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명균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남북이 합의했다고 정부가 국제사회와 비핵화 공조를 안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비핵화 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를 이용해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것 같지만 그 결과가 북핵 대화가 될지, 이전의 ‘도발 대 제재’ 국면이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로이터 통신 등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할 평창올림픽 파견 고위 대표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샌더스 대변인은 이방카 참석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