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아예 작성 안 하거나 일부 자료는 목록도 없어
석유공사, 加 기업 인수금
1조원 증액 기록 안 남겨
수자원공사 해외사업본부
대전 이전 때 서류 무단폐기
광물위원회는 회의록 분실
영구보존을 임의로 단축도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한 공공기관들이 관련 기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을 아예 남기지 않는다거나 기록물 무단 파기, 분실 등도 있었고, 기록 보존기간을 일부러 낮춘 경우도 발견됐다.
9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6∼8월 1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대규모 국책사업 기록물에 대한 실태점검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이날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 점검 결과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인수금액을 약 1조원 증액했지만 이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당시 인수대금은 28억5000만 캐나다달러(당시 3조원)에서 40억7000만 캐나다달러(4조3000억원)로 늘어났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1조원은 고사하고 몇 억원만 써도 근거를 남겨놓는다”면서 “이런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기록물을 무단 파기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해외사업본부는 2016년 12월 경기도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종이서류를 폐지 업체를 통해 처리했는데 폐기 목록 자체를 남기지 않았다. 한국광물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69회에 걸쳐 개최한 리스크관리위원회 중 15회 회의록 원본을 분실했다.
국책사업 관련 기록은 보존기간을 ‘영구’로 책정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임의로 보존기간을 줄인 경우도 적발됐다. 수자원공사 지방권역본부에서는 4대강 사업 기록물 보존기간을 3∼10년으로 하향 책정했고,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4대강 사업 추진점검회의 회의록 보존기간을 5년으로 줄였다.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민이나 기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제도의 경우 관련 기록을 영구보존하도록 돼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국무조정실 세월호추모지원단은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별도 분류해 관련 자료를 영구보존해야 하지만 ‘국회업무’(3년) ‘서무업무’(3년) 등으로 분류해 보존기간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록원이 특정 국책과제 기록물 관리상황에 대해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개방형 직위로 원장에 임명된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민간 출신이 원장으로 온 만큼 과감하게 드러내고 기록물 관리에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가기록원에는 제재 권한이 없고 해당 기관 시정이나 감독기관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