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영화관을 찾아 ‘1987’을 관람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8일 국회에서 영화 ‘강철비’ 단체관람에 나선다. 한국당은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철비’ 상영회를 갖는다. 나경원 의원이 주최했다. 문 대통령이 6월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를 관람하자 한반도 핵전쟁을 소재로 한 ‘강철비’로 대응하는 모양새가 됐다.
◇ 6월 항쟁 영화에 핵전쟁 영화로 맞불?
‘강철비’는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웹툰 ‘스틸레인’을 원작으로 했다. 북한 내 군부 쿠데타 이후 한반도가 일촉즉발 핵전쟁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을 다뤘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북한 1호’가 쿠데타 세력에 총격을 입고 북한 요원(정우성 분)에 의해 남한에 내려오게 된다는 설정, 북한 지휘부를 장악한 쿠데타 세력이 핵전쟁을 시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작전을 골자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국당의 ‘강철비’ 상영회에는 양우석 감독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에 한국당은 핵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꺼내 들었다. 철저한 안보 태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 듯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전날 ‘1987’ 관람에 대해 “문 대통령 언론플레이의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1987년으로부터) 30년 지난 지금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치중한 87년 헌법을 내용적으로 완성해야 할 시기로 개헌이 필요한 때”라며 “문재인표 개헌, 관제개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비’는 남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곽도원 분)과 북한요원(정우성 분)이 협력해 북한 쿠데타 세력을 와해시키고 북한 1호를 치료해 돌려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의 절반을 남한이 넘겨받아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 균형을 통해 북한 체제의 붕괴가 아닌 남한과 북한의 평화 공존이 구현된다는 설정을 했다.
◇ “그런다고 세상이 바뀝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7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을 관람했다. 박종철·이한열 열사 유가족, 영화감독·출연배우들과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뒤 무대에 올라 “한 순간에 세상이 바뀌지 않고, 항쟁 한 번 했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지 않는다”면서도 “역사는 금방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해오고 있다. 우리가 노력하면 바뀐다”고 말했다. 또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해 여한으로 남게 된 6월 항쟁을 완성한 게 촛불항쟁”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속 대사 “그런다고 세상이 바뀝니까”를 가장 마음을 울린 대사로 꼽았다. 이어 “민주화운동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라며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도 부모님 등으로부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는 말 들으신 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무대에 오른 뒤 감정에 북받치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영화 제작진에게는 “제가 영화를 보면 ‘천만을 넘기겠다, 아니겠다’를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천만을 넘기겠다는 확실한 예감이 든다”고 덕담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일반 관객들에게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종철 열사 형 박종부씨, 고문 치사사건을 외부에 폭로한 당시 교도관 한재동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6월 항쟁 관련자들을 관객들에게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박 열사 유족 등과의 환담 자리에서 87년 당시 본인이 박 열사 집을 자주 방문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배 여사에게 “죄송하단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고, 배 여사는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배 여사는 “이 영화는 차마 못보겠다”며 영화는 관람하지 않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