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이 우리들보다 더 믿음이 뛰어납니다” 33년째 특수교육 사역에 몸 바친 변상오 교장

입력 2018-01-07 17:16 수정 2018-01-08 14:00
변상오 교장이 3일 경기 의정부 용현동 그루터기장애인여가생활학교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사람들은 저의 삶이 고난으로 가득했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님의 축복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이 넘었지만 앞으로도 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에 계속해서 힘쓸 생각입니다.”

3일 경기 의정부 그루터기장애인여가생활학교(그루터기 학교)에서 만난 변상오(60)교장은 올해까지 33년째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교육에 종사하고 있다. 반평생이 넘는 기간 오직 장애인 교육이라는 한 가지 사역에 집중한 그에게 장애인 사역의 현실을 들어봤다.

원래 신앙이 없었던 변 교장은 대학 진학을 위해 다니던 검정고시 학원에서 권영석 선생을 만나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라”며 특수교육과를 추천받았다. 그렇게 진학한 특수교육과에서 기독교인들의 삶이 궁금해진 변 교장은 성경모임에 가입해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 변 교장은 졸업 직후인 1986년 막 설립된 기독교특수학교 장봉혜림학교에 자원했다. 장봉도에서 2년간의 근무를 마친 뒤 서울 내 비기독교계열 특수학교로 옮긴 변 교장은 특수학교를 졸업한 장애인 학생들의 현실을 목격하게 됐다. 자립이 쉽지 않은 장애인 학생들은 대부분 영세민 아파트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그런데 영세민 아파트를 지나가던 이웃들이 장애인들을 조롱하거나 재미로 담배를 가르치는 등 유해한 영향을 끼치더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변 교장은 장애인 학생들에게 한 달에 2일 정도라도 건전한 여가 생활을 제공하자는 목적으로 공무원들과 교사를 모아 2000년 서울 도봉구에 그루터기 학교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여가 및 문화생활만을 목적으로 했으나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청원으로 실비를 받고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학교가 됐다. 이후 2007년 의정부로 이사해 올해까지 18년째 운영되고 있다. 변 교장은 기획실장 역으로 설립에 참여했으며 의정부로 학교가 이사를 할 때는 자비 6억여원을 들여 학교를 지었다. 부천혜림학교 교장을 명퇴한 2016년 그루터기 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한 그는 “앞으로도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그루터기 학교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루터기 학교는 장애인 학생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테마여행, 문화사업 등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심고 있다. 학교에 교목이 상주하며 예배와 찬송을 생활화한다. 변 교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외우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들의 생활 속에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사랑이 녹아들어있다”며 “신앙을 가진 장애인 학생들은 확실히 태도와 생활이 바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긴 세월동안 장애인 사역에만 힘쓴 변 교장은 “아직도 고민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국가가 신경써주지 못하는 성인 장애인들을 위한 따뜻한 손길이 더욱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 교장은 “장애인과 노약자 문제는 지역사회의 인적 자원도 활용해 해결하려고 해야지 국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특히 이전과 달리 공부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현장 자원 봉사에 소홀한 학생들이 많다”며 “교직 경험을 살려 봉사활동과 공부를 병행해 사랑의 실천과 명문대 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