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꼽은 영화 ‘1987’ 명대사, 김태리의 “그런다고…”

입력 2018-01-07 17:07
주인공 연희(김태리)가 1980년대 ‘백골단’으로 불렸던 사복 경찰관 사이를 지나가는 장면. 영화 ‘1987’ 스틸컷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감상한 뒤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던 대사로 배우 김태리의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를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1987’을 감상했다. 이 영화는 1987년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6월 항쟁을 그렸다. 전두환 신군부의 폭정, 민주화에 대한 시민의 열망과 냉소가 배역 곳곳에 녹아들었다.

김태리는 이 영화에서 새내기의 풋풋한 꿈을 독재정권에 짓밟히고 주변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대학생 연희 역을 연기했다. 그 시절 평범한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다. 연희와 같은 시민은 그로부터 20년 뒤인 2016년 가을부터 지난해 봄까지 전국의 광장과 거리를 촛불로 밝혔다. 그렇게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맥락에서 김태리의 대사를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영화를 감상한 뒤 관객과 대화에서 “6월 항쟁 이후 정권교체를 못해 여한으로 남았던 부분을 완성시킨 것이 바로 촛불항쟁”이라며 “역사는 금방금방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배우 김윤석(왼쪽부터)이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영화 ‘1987’을 감상한 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김태리의 대사에 대해서는 “독재 권력에 힘들었지만, 못지않게 부모나 주변 친지들에게서 들었을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는 말이 6월 항쟁 당시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말”이라고 기억했다. 문 대통령 역시 6월 항쟁 당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도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는 말을 들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 달라지는 게 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다. 오늘 이 영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어 “세상이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항쟁 한 번 했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진 않는다”며 “하지만 이 영화 속 1987년 6월 항쟁에서, 우리가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로 봤던 택시운전사들 세상, 그 세상을 6월 항쟁으로 끝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힘을 모을 때, 연희(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도 참가할 때, 바로 그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