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감상한 뒤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던 대사로 배우 김태리의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를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1987’을 감상했다. 이 영화는 1987년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6월 항쟁을 그렸다. 전두환 신군부의 폭정, 민주화에 대한 시민의 열망과 냉소가 배역 곳곳에 녹아들었다.
김태리는 이 영화에서 새내기의 풋풋한 꿈을 독재정권에 짓밟히고 주변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대학생 연희 역을 연기했다. 그 시절 평범한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다. 연희와 같은 시민은 그로부터 20년 뒤인 2016년 가을부터 지난해 봄까지 전국의 광장과 거리를 촛불로 밝혔다. 그렇게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맥락에서 김태리의 대사를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영화를 감상한 뒤 관객과 대화에서 “6월 항쟁 이후 정권교체를 못해 여한으로 남았던 부분을 완성시킨 것이 바로 촛불항쟁”이라며 “역사는 금방금방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리의 대사에 대해서는 “독재 권력에 힘들었지만, 못지않게 부모나 주변 친지들에게서 들었을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는 말이 6월 항쟁 당시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말”이라고 기억했다. 문 대통령 역시 6월 항쟁 당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도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는 말을 들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 달라지는 게 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다. 오늘 이 영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어 “세상이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항쟁 한 번 했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진 않는다”며 “하지만 이 영화 속 1987년 6월 항쟁에서, 우리가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로 봤던 택시운전사들 세상, 그 세상을 6월 항쟁으로 끝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힘을 모을 때, 연희(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도 참가할 때, 바로 그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