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화장실을 대변으로 더럽히고 변기에 셔츠를 넣은 승객 탓에 비행기가 긴급 회항했다. 이 승객의 기행은 7일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상황은 이렇다. 미국 국적사 유나이티드항공 895편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1시40분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서 245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홍콩을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이 항공기는 오후 7시50분 회항을 결정했다. 오후 9시30분 알래스카 테드 스티븐스 앵커리지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시카고와 시차가 다른 앵커리지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30분이었다.
긴급 회항은 기이한 소동을 벌인 한 남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미국 영주권을 소지한 베트남 출신 22세 남성이었다. 상의를 탈의한 채 식사했고 기내 두 개의 화장실을 자신의 대변으로 더럽혔다. 더럽혀진 변기에 셔츠를 넣기도 했다.
남성의 난동에 탑승객들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됐고 화장실 주변 승객은 냄새 때문에 고역을 치렀다. 결국 비행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장과 승무원은 알래스카 긴급 회항을 결정했다. 착륙한 직후 남성은 체포됐다. 남성은 지역 경찰과 연방 수사관들이 기내에 올라 수갑을 채우자 순순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조사를 받은 그는 정신 감정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앵커리지 공항 경찰은 “기내 인원들을 협박하거나 승무원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 해당 죄목으로는 기소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로 봐서는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기소하지 않았다”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항공기가 청소 및 점검을 받는 동안 탑승객들은 발이 묶이게 됐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탑승객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했다정”고 밝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