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5일간 대반전… 한반도 ‘대화의 봄’

입력 2018-01-06 07:38

한반도 정세가 대화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남북은 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 지 나흘 만에 고위급 회담 개최에 속전속결로 합의했다. 남북은 1일부터 5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회담 제의, 판문점 연락관 채널 복원, 한·미 정상 통화를 통한 연합 군사훈련 연기 등 굵직한 카드를 매일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한노인회 초청 청와대 오찬에서 “저는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대화를 추진하고 평화도 추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성급한 판단이나 기대는 금물이다. 가능하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북 대화에만 주력하다가 북한의 이간 전술에 끌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대북 제재·압박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과 국내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 대화를 지지하고, 이것이 잘되면 북·미 간 대화 여건까지 조성된다고 보고 있다”며 “북한 문제가 물론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내부의 분열이다. 어르신들께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믿고 지지해주시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주시면 제가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오는 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갖자는 우리 측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역제안이나 시간 끌기 없이 우리 요구사항을 가감 없이 받아들였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이 참가하는 문제를 넘어 남북 관계 현안 전반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도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측이 1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우리 측 제안을 수락하는 내용의 전통문(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전통문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명의이며 수신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으로 지정됐다. 전통문은 회담 의제로 평창올림픽과 함께 ‘북남 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조 장관이 지난 2일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며 밝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북한의 회담 수락은 4일 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 통화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합의가 이뤄진 지 12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은 4일 판문점 채널 마감시간까지 회담과 관련한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북한이 제안 수용 형식과 내용을 고민하다가 한·미 연합훈련 연기라는 전향적 메시지가 나오자 김 위원장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은 수석대표의 격과 대표단 명단 등 세부 사항 확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우리 측은 조 장관, 북측은 이 위원장이 수석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석대표가 장관급으로 결정된다면 평창올림픽뿐 아니라 폭넓은 현안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남북 해빙 무드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나는 올 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조성은 강준구 기자 jse130801@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