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3.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도 수사”

입력 2016-12-06 18:47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은 특검법 제2조의 14개 사건 수사대상에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2조 15항에 따라 14개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을 뿐입니다.

 박영수 특검도 첫날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지가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의례적인 대답이 아니었습니다. 박 특검 입장에선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할 수사대상이었습니다.

 박 특검은 국민일보를 통해 이를 처음으로 공식화했습니다. 박 특검의 다짐을 국민일보가 단독 보도했습니다. 특검 출범 3일째(12월 2일 금요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박영수 특검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수사대상으로 공식화한 발언을 단독 보도한 국민일보 12월 2일자 1면.

# “朴 세월호 7시간 의혹 특검이 푸는 게 맞다”=오늘 조간신문 가운데 국민일보의 특검 보도가 돋보였습니다. 국민일보 기자는 전날(1일) 만난 박 특검의 수사 의지를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전 국민적 관심사인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특검의 도리라는 내용입니다.

이 의혹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묘연한 데 따라 제기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국민은 묻고 있습니다. 국민은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꼭 물어봐야 할 질문 하나를 꼽아보라는 조사에서도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국민일보 11월 22일자 1·5면 보도).

박 특검의 의지는 대단합니다. 특검은 일반 검사와 달리 비록 범죄 혐의가 없더라도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의혹의 진상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세월호 7시간 당시 대통령 행적에 대해서도 특검이 확인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민은 꼭 수사로 풀 수 없는 답답한 부분까지도 얘기를 해달라는 것이고, 그런 것을 풀어주는 게 특검의 역할이라는 겁니다.

통상 검찰은 범죄 혐의가 없으면 수사에 나설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데 반해 박 특검은 모든 의혹을 가급적 조사할 것이라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2년7개월여가 흐른 상황이라 7시간 행적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의 의지에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 최태민 각종 의혹도 수사 가능=박 특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오전 7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이번에 특검 수사대상에 들어갑니까”라는 질문에 “그거는 국민이 지금 제기하는 가장 큰 의혹 중 하나 아니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들어가는 거죠”라는 거듭된 질문에 “네”라고 답했습니다.

더 나아가 최순실씨 부친인 최태민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할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최태민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거기서부터 범죄가 발생을 했다는, 범죄의 원인이 됐다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영수 특검이 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채동욱은 아니야”=그는 변호사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보 인선 등에 대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우선 국민의 관심 대상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특검보 참여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었습니다. “검찰총장을 했던 사람이 특검보로 온다는 게 내가 보기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채 전 총장은 박 특검의 대검 중수부장 재직 시절 바로 밑의 수사기획관으로 있던 검찰 후배입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대선·선거개입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박근혜정권에 밉보여 ‘혼외자 문제’로 검찰총장에서 불명예 퇴진했지요. 박 특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 정권에서 좌천됐던 윤석열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영입한 마당에 채 전 총장까지 데려올 수는 없으니까요.

# “대통령의 힘 봐야”=향후 수사대상과 방향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우선 검찰 수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하겠다고 했습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과 관련해서는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직권남용’ 등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라는 명분으로 통치행위라고 주장하면 그걸 깨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박 특검은 다른 쪽(직권남용)으로 우회하지 말자고 합니다. 때론 직접(뇌물죄) 들어가는 게 좋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모금을 강제한 대통령의 힘과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을 봐야 한다고 합니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대형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1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박영수 특검은 대기업 강제모금과 관련해 '대통령의 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 “그분 논리가 보통이 아닙니다”=세월호 7시간 의혹과 대통령의 약물 처방 의혹, 그와 관련된 청와대 경호실 위법 여부도 수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최태민씨를 비롯해 유사종교 연루 부분도 자세히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경우 수사를 지휘한 김수남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도 강도 높은 수사 대상으로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김기춘에 대해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분 논리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 말은 며칠 전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를 두고 “법률 미꾸라지이자 형량 계산기”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해 보입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칩거 중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11월 28일 저녁 촬영. 뉴시스


# 청와대에 특검보 후보자 8명 추천=박 특검은 오후 늦게 특검보 후보자 8명을 행정자치부를 거쳐 청와대에 추천했습니다. 전원 검사와 판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대통령이 이 가운데 4명을 임명하기 때문에 그 명단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특검법상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임명해야 하므로 늦어도 5일 이전에는 특검보 4명이 확정될 것입니다.

박 특검은 법무부와 대검에는 5일까지 검사 10명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파견검사 20명 가운데 검찰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하는 ‘선발대’가 되는 셈입니다. 문제의 ‘우병우 라인’은 배제되는 것이 마땅하겠죠. 파견검사들의 면면이 궁금해집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