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미드웨이, 수천명이 숨진 그곳은 바닷새의 낙원이 되다

입력 2016-11-03 15:49 수정 2016-11-03 15:51
일본 순향함 미쿠마가 미드웨이 해전에서 불타고 있다. AP뉴시스

처참하게 부서진 배는 순양함 ‘미쿠마’입니다.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서 발진한 급강하폭격기 포탄을 맞고 침몰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산호초 미드웨이에 건설된 미군 활주로. 미 해군 역사·유산 사령부 홈페이지

당시 일본군은 미드웨이에 있는 활주로를 없애려고 해군력을 모두 동원했죠. 항공모함 6척, 전함 7척, 순양함 14척에 함재기 300여대가 작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본군의 암호를 미리 해독한 미군이 크게 이겼습니다.

전함 야마토. 미 해군 역사·유산 사령부 홈페이지

일본 해군이 자랑하던 항공모함 히류, 소류, 아까기, 가가가 미드웨이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사진에 있는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본 해군 제독의 지휘선입니다. 500㎞ 후방에 있던 야마모토는 4번째 항공모함 히류가 침몰하자 그냥 돌아갑니다(영화 ‘미드웨이’에서는 찰톤 헤스톤이 히류의 갑판에 포탄을 명중시키고 전사합니다).

2002년에 찍은 미드웨이. AP뉴시스

미드웨이 해전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습니다. 그 산호초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미국 수중미드웨이 앞바다에서 찍은 상어. 미국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국이 2012년에 공개한 사진이다. AP뉴시스

바닷속에는 상어가 유유히 헤엄칩니다.

미드웨이 산호초에서 레이산 알바트로스가 짝짓기 춤을 추고 있다. AP뉴시스

수천명이 숨진 그곳에 바닷새 수백만 마리가 날아옵니다. 짝짓기 춤을 추는 알바트로스를 보면 이곳에 포탄이 떨어지고 대공화기가 하늘을 향해 불을 뿜던 광경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드웨이에 아직 남아있는 발전소 건물. AP뉴시스

하지만 전쟁이 끝났을 뿐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막사와 참호는 방치됐습니다. 

미드웨이에는 아직 군대가 주둔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쓰레기가 쌓여있고, 폭격으로 부서진 막사도 그대로다. AP뉴시스

심지어 죽은 새의 뱃속에는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향인 하와이에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보호구역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와이제도 북서쪽 파파하노모쿠아키아 해양국립기념물을 넓히는 게 골자입니다.

죽은 검은발 알바트로스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뱃속에 있던 노랗고 빨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흰 뼈와 검은 깃털 사이에서 유독 돋보인다. 미국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국·AP뉴시스

알래스카 크기의 보호구역에서는 어업을 비롯한 모든 상업적 조업이 금지됩니다. 보호구역에 포함된 미드웨이의 쓰레기도 인간이 가져가겠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일 미드웨이를 방문해 미드웨이 해전 기념탐을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