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6] 첫눈에 반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입력 2016-09-30 23:14 수정 2016-09-30 23:20

첫눈에 반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이 질문은 내가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첫눈에 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친구가 나에게 미팅을 주선해 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친구의 여자 친구가 미팅 파트너를 두 명 데리고 나왔다. 이게 웬 황당한 일인가! 물론 나야 좋았지만 말이다.

나는 두 여자를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사실은 선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두 명 중에 외모가 조금 빠지는 쪽이 슈퍼 모델 대회에 나가서 입상할 정도로 둘 다 외모가 준수했는데 외모가 더 뛰어난 여자에게 이미 첫눈에 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눈이 멀어 버린 나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그녀의 성격과 취향을 짐작하느라 바빴고 나는 오직 그녀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 난 약3개월간을 첫사랑의 열병 속에서 허덕였다. 그러다가 그녀가 나의 선배와 사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배신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리며 죽어 버린다면 그녀가 나의 마음을 알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도대체 그녀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냐?’라는 질문에 ‘너무 예뻐서’라는 대답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은 에로스였다. 물론, 나는 첫사랑과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얹는 것 외에 어떤 진도도 나가지 않았으며,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를 바라보며 소유하고 싶어 했다는 점에서 나의 첫사랑은 에로스 사랑이었다.

그 당시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과 데이트를 하는지 과시하고 싶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허풍을 떨며, 그녀에게 전화해서 보고 싶으니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 나오라고 강요했다. 아주 전형적인 방식으로 에로스를 표현했다.

어찌됐건 첫눈에 반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때 성립되는 사랑의 대부분은 에로스적인 사랑이다. 이런 관계가 관능적인 관계로 발전하면 에로스에 눈이 멀 확률은 배가 된다. 이런 관계는 너무나 위험하다. 필리아와 아가페가 없는 에로스는 눈을 감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하지만 첫눈에 반한 관계가 모두 잘못된 관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첫눈에 반한 이유가 꼭 외모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오랫동안 이상형으로 생각하며 꿈꿔 오던 여인 혹은 남성의 분위기와 성품을 보고 첫눈에 반할수도 있고, 일부는 뛰어난 직관으로 배우자를 한눈에 알아보기도 한다. 드물지만 처음에는 에로스로 시작해서 필리아와 아가페를 키워 나가는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어디 가서 인연을 만나죠?

싱글들의 영원한 궁금증이 바로 ‘어디 가서 인연을 만나는가?’다. 버뮤다 삼각지대도 아니고 유독 내 주변에만 괜찮은 이성들이 모두 실종해 버린 것만 같은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청춘들은 어디서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연애하게 되는지를 조사해 봤다.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남 219명, 여 24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결과 남녀 모두(39%)가 ‘미팅과 소개팅으로 이성을 만난다’라고 대답했다. 미팅과 소개팅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로 주변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주선한다. 따라서 발이 넓은 사람이 이성을 소개받을 확률도 높다고 볼 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집안에 운둔하면서 사랑이 찾아오길 기다리면 안 된다. 한 번이라도 은자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가 집안에 은둔하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택배기사, 집배원, 치킨 혹은 피자집 직원이 전부다. 이런 환경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질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언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라고 고민할 시간에 밖으로 나가길 바란다.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만나 당신이 지금 노마크 상태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라. 그러면 누군가는 당신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럼 소개팅 한번 해볼래?”

미팅과 소개팅 주선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 답이 ‘동아리 혹은 같은 과 학생’이다. 이 답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우리가 일찍이 학교에서 배웠듯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자의든 타의든, 커뮤니티를 이룰 수밖에 없으며 그 안에서 사랑도 꽃핀다. 캠퍼스에서 수업만 듣고 부리나케 집으로 피시방으로 줄행랑치고 있다면, 오늘부터 생활방식을 바꾸어 보라.

용기를 내서 같은 과 친구에게 말도 걸고 평소에 관심 가던 동아리방도 기웃거려 보라. 대학 사회는 고등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적, 공간적 자유를 누리는 곳이다. 그 자유를 얼마나 많이 누릴 수 있는가는 개인의 역량에 달렸다. 대학이 주는 자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친구도 만들고 커뮤니티 활동도 하라.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랑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혹은 잘못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도 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도 ‘사랑’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연세대 스포츠 레저학과 전용관 교수다.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는 매주 금요일 연재된다. 이 칼럼은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혹은 사랑에 서툰 청춘들에게 훌륭한 연애 네비게이터가 되줄 것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