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폭발사건도 또 다른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28·사진)를 총격전 끝에 체포했으나, 외부 세력과 연계된 조짐을 찾지 못했다.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9일(현지시간) 라하미가 체포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추가 용의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윌리엄 스위니 미 연방수사국(FBI) 뉴욕지소 부소장은 “라하미가 테러조직원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도 라하미가 테러분자나 출국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테러와 관련한 ‘요주의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귀화한 라하미는 뉴저지 뉴어크 공항에서 가까운 엘리자베스 시에서 ‘퍼스트 아메리칸 프라이드치킨’이라는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라하미는 가족들과 함께 가게 위층에서 살았다. 라하미의 형제들도 가게 운영을 도왔다.
동네 주민들은 대부분 라하미를 대부분 친절한 청년으로 기억했다. 단골손님이 돈이 없으면 닭고기 요리를 공짜로 주기도 했다고 이웃들은 말했다.
그러나 라하미는 4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다녀온 후 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에서 돌아온 후 수염을 기르고 무슬림 전통 복장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게 뒤쪽에서 기도를 하면서 다소 근엄한 태도를 보이는 등 종전과는 변화된 모습이었다.
가게 주인인 라하미의 아버지는 24시간 영업을 하다가 소음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밤 10시에 문을 닫으라’는 통보를 받자, ‘무슬림이라 차별한다’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앞서 이날 오전 11시 뉴저지 린든에서 라하미를 체포했다. '가게 앞에 잠들어 있는 사람의 인상착의가 수배 중인 라하미와 비슷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지 30분 만이었다.
라하미는 순순히 체포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이 라하미를 깨우며 손을 들라고 명령하자, 권총을 꺼내 경찰을 향해 쏘는 등 저항했다. 방탄복을 입고 있던 경찰이 곧바로 응사하자, 라하미는 도주했다. 다른 경찰이 가세하면서 라하미와 경찰들 사이에 총알을 주고받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라하미가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지면서 총격전이 끝났다.
인근 ‘유니버시티 병원’으로 옮겨진 라하미는 다리의 총상으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하미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손을 다친 경찰도 같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