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땅엔 생명의 나무를, 갈급한 마음엔 희망을…

입력 2016-08-29 19:48 수정 2016-08-30 10:01
K-water ‘물로 더 행복한 세상 만들기’ 몽골 현지 봉사활동 동행 취재

“센배노! 생 기시게레, 오스 이흐 우거레!” (안녕하세요! 꾹꾹 밟은 후, 물을 많이 주세요!)
사막에서 잘 자라는 유실수 차차르간 묘목 1000그루가 심어질 구덩이 앞에서 K-water(한국수자원공사) 봉사단원들이 현지 주민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이들은 무려 97%가 사막화가 진행 중인 몽골에 초록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트로에서 서쪽으로 227km 떨어진 볼간아이막 다신칠링솜 마을 공동조림장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 초입에 있다. 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道), 솜은 군(郡)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다.

예전에는 양,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아침이면 가축의 젖을 짜는 여인의 손길이 분주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이곳에 남은 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낮은 가시덤불 군락과 흙먼지뿐이다.

한국의 NGO와 기업, 지방자치단체는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이곳에 공동조림장을 만들어 생태를 복원 중이다. 또 비닐하우스 등 협업시설과 영농교육을 지원해 마을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물로 더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추구하는 K-water는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다신칠링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봉사단은 임직원과 대학생 서포터스, 고려대 안산병원 의료진 등 총 37명으로 구성됐다. 몽골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심고 키워온 국제 개발 환경 NGO‘푸른아시아’와 함께했다.

몽골은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지난 100여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0.89도 오른데 비해 몽골은 67년 사이에 무려 2.1도가 올랐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2010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몽골 3,000여개의 강 중 887개, 호수 1166개, 샘이 2096개가 사라졌다.

봄철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서 시작된 황사는 중국을 거치면서 유해물질을 가득 머금게 되고 이 미세먼지는 한반도를 뒤덮는다. 우리가 몽골의 사막을 푸르게 변화시키고 말라버린 강이 다시 흐르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봉사단은 조림지를 가꾸는 것 외에도 주민들을 위해 마을공원에 정원수를 심고 벤치를 만들었다. 유목민 자녀들이 주로 생활하는 기숙사의 낡고 오래된 침대를 모두 교체해주고 밝은 LED등 설치와 건물 내부도 페인트칠로 말끔히 단장했다.

초중고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다신칠링학교에서는 연과 탈 만들기, 부채춤, 제기차기, 한국전통 놀이체험 외 과학실험 등 다양한 교육봉사 활동을 펼쳤다. 미니올림픽을 열어 함께 손잡고 뛰고 달리고 웃고 넘어지면서 청소년들과 하나 되는 시간도 가졌다.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크게 환영받은 건 물 사정이 어려운 이 지역에 290m 깊은 곳까지 관을 박아 맑은 물을 제공하고 초원에서 생활하는 유목민을 위한 물차를 선물한 것이다. 식수관정 우물집 준공식 날 마을 주민들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시원한 물줄기 솟아나는 것을 보며 가슴 벅차했다. 사막을 적시는 물줄기와 함께 마을 주민과 봉사단원들은 한바탕 마을 축제를 벌였다. 자신들을 위해 멀리선 온 귀한 손님들을 위해 어린이들의 말경주인 나담경기가 펼쳐졌고 학교체육관에서는 몽골 전통씨름 대회도 열렸다. 봉사대원들은 돼지갈비, 김치전, 잡채 등 정성껏 한국 음식을 대접했다.
봉사대원들은 일교차가 심하고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역에서 의식주 모두가 불편했지만 하나같이 밝은 표정과 진심으로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주민대표인 델게르체첵(43세‧ 여)씨는 “다신칠링솜 90년 역사 중 가장 큰 지원을 받았다. 깨끗한 우물을 개발해 주고, 물차도 기증해 준 K-water에 감사한다”면서 “조림사업과 영농시설 기술을 지원해주어 다신칠링솜 주민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양예현(28‧경남서부권관리단)씨는 “비록 말은 통하지 안았지만 눈빛으로 소통하며 주민들과 함께‘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침대도 함께 조립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면서 “물이 너무 귀해 세수도 제대로 못했지만 오히려 물과 자원의 소중함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다신칠링솜(몽골)=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몽골인들에게 비타민나무로 불리는 차차르간 묘목과 양동이,삽을 든 K-water 봉사단원들과 주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나무를 심기위해 마을 공동조림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몽골은 사막화의 영향으로 동식물종 75%가 멸종하고 과거에는 몽골의 전 국토 중 사막이 40%, 초지가 40%, 산림과 도시가 20% 정도 되었는데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몽골 땅 대부분이 사막화가 되었다.

몽골에서는 강수량이 적고 모래먼지폭풍이 심해 구덩이를 깊게 판 후 묘목의 윗부분만 살짝 땅위로 들어나게 심은 후 물은 충분히 준다.

봉사대원들과 현지주민들이 나무에 물을 줄기위해 길게 줄을 서서 양동이 가득 든 물을 옮기고 있다.

나무심기가 끝난 후 봉사단원들이 각자의 소망을 적어 조림장 입구 철조망에 걸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조와 함께 하루 봉사활동이 시작된다.

유목민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물이다.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만으로 생활했던 이들을 위해 K-water는 대형 물차를 기증했다.

사막을 적시는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몽골 어린이들과 봉사단원들이 물장난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대학생 서포터즈로 참여해 동분서주했던 홍선우(23‧강원대)씨는 “조그마한 선물과 어설픈 춤 공연에도 감사해하고 감동받는 순수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어요”라며 “기회가 되면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식수관정 우물집 준공식 후 마을 축제가 열렸다. 활쏘기, 몽골 씨름, 말 타기 등 총 3개의 전통 경기가 주를 이루는 나담 축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경기는 5~12세의 어린아이들이 기수로 활약하는 말 타기이다. 마지막 결승점을 어린 선수들이 힘차게 통과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의료팀의 김도훈 교수(가정의학과)가 유목민을 위해 다신칠링솜에서 멀리 떨어진 게르까지 찾아가 현지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교육봉사 시간 봉사단원들이 한국의 연과 부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연을 마을공터에서 신나게 날리고 있다.

힘든 노동 사이에 잠깐의 휴식은 언제나 행복하다.

몽골도 이상기후 영향으로 올 여름 제법 비가 내렸다. 봉사단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일곱빛깔 무지개가 초원에 빛그림을 연출했다.

미니올림픽 기마전 경기에서 어린이들이 상대방의 모자를 뺏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대원들은 몽골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한국음식을 준비해 정성껏 대접했다.

미니올림픽 경기에서 봉사단원과 학생들이 호흡을 맞춰 줄넘기를 하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학생과 봉사단원이 사진을 담고 있다. 봉사단원들은 즉석인화기를 사용해 바로 사진을 나누어 주었다.

교육봉사 시간 봉사단원이 부채춤 추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게르에서 조차 한줄기 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몽골의 초원은 별들의 시간여행을 관찰하기 최적의 장소이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들의 향연을 봉사대원과 주민이 함께 바라보고 있다. 달빛이 가리워진 그믐이 별들을 관찰하기 최적의 시기이다.

봉사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모두 한자리에!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