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혓바닥을 입에 넣었다” 51세 미화원의 충격적인 청원

입력 2016-08-22 00:46 수정 2016-08-22 10:14

김포공항 비정규직 미화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비참했던 근무환경을 고발한 청원이 인터넷에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청원에는 공사 퇴직자들이 용역회사 관리직원으로 채용돼 성추행을 비롯한 온갖 악행을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5일 아고라 청원 페이지에는 ‘’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은 자신을 김포공항에서 일하는 미화원 손경희(51)라고 소개했다.

그는 김포공항 공사 퇴직자들이 (미화원)용역회사 낙하산으로 내려와 인권유린과 성추행, 강도 높은 노동, 최저임금 등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조장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회식 때 (여직원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혓바닥을 입으로 넣고 노래방에서 가슴에 멍이 들도록 성추행했다”고 한 그는 “자신들을 아무렇게나 주무르고 만졌다”고도 했다.


“수치심에 말을 못하다 노동조합(노조)이 생긴 후에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 손씨는 “김포공항에서 일 한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하지만 현실은 비참하기 이를 데가 없다”며 공분했다.

또 “노동자들의 평균 나이가 50을 훌쩍 넘었고 어떤 분은 가장이면서 장애인의 엄마이고 어떤 분은 본인이 장애인이다”라고 설명한 손씨는 “처음부터 장애가 있었던 게 아니라 고된 노동에 장애인이 돼 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12일 인간답게 살고 싶고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5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삭발까지 했다고 손씨는 전했다. 그는 “모든 책임이 공사에 있지만 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항공사가 당사자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애원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손씨는 한국공항공사에 항의해 줄 것을 부탁하며 민원게시판 URL과 관련자들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까지 12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에 동참해 목표인 1000명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댓글도 줄줄이 달렸다.

댓글에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공사 측과 통화한 결과 하청업체를 조사한다고 했다”며 “인권유린이 사실이면 관련자, 특히 사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적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비정규직들은 회사 곳곳에서 직위를 이용한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 “아주 작은 권력이라도 갖고 있으면 휘두르려 한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탈 때 좋아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등의 댓글도 큰 공감을 얻었다.

한편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 소속 김포공항 비정규직 미화원 40여명은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108배 규탄대회'를 열고 "공항공사가 26일까지 노조와 대화를 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삭발을 하며 투쟁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