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이프 대학은 왜 ‘이대(梨大)’에서 거부당했나
조혜인 홍익대 대학원 교학팀 석사 이공계열 조교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학령기’ 학생 즉,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위주 시스템이다. 취업자 중심체제 자체가 아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고졸취업자 등 성인학습자들의 일·학습병행 확대를 위해 교육부가 추진한 교육 개혁이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을 대학 본부가 직접 관리 운영하는 단과 대학으로 개편한다는 게 주요 골자이다.
주목할 점은 왜 ‘이대’만이 공권력이 동원될 만큼 격한 갈등이 발생했냐는 것이다. 이번에 설립 허가를 받은 학교는 이대뿐만이 아니다. 동국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명지대 등 총 8개 대학이 선정되었다. 이대가 타 대학과 다른 점을 굳이 뽑자면, ‘여자의 서울대’라고 불릴 정도로 명문대라는 점이다. 지킬 것이 있는 가진 자는 강하게 뭉친다. 전통과 명예를 가진 이대 학생들은 고졸취업자 출신이 자신과 같은 4년제 학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분노했다. 일각에서는 이대 학생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유별나게 반응했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엄연히 학벌 사회인 한국에서 이대 학생들의 반응을 나무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향을 돌려서 그럼 이대최 총장과 이사회가 불도저식으로 정책을 결정한 탓일까. 물론 일정 부분 과정의 잘못이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다.
교육부는 미래라이프대학이 고졸취업자에게 대학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양질의 평생교육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명분은 좋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본래 취지와 달리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대학 부설 평생진흥원, 학점은행제 등 평생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설립된 많은 대학들은 학벌 세탁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교육부는 그 현실을 간과하고 이를 방지할 어떠한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약 300억원의 혈세를 들이면서 말이다. 선진국과 달리 아직까지 ‘평생교육’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한국에서 평생교육원의 단과대학으로의 편입은 기존의 대학 재학생에게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헌법 제31조 5항에서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이대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평생 교육이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되돌아보는 발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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