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공연만 해?” 14년차 에픽하이, 근거있는 자신감

입력 2016-07-21 17:46 수정 2016-07-21 17:50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놀러 오시면 정말 재미있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타블로)

이 한 마디로 충분했다. 특별할 것 없는 말인데 뭔가 달리 들렸다. 자신감에 찬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14년차 그룹 에픽하이(멤버 타블로 미쓰라 투컷)가 관객에게 주는 확신은 바로 그런 거였다.

에픽하이는 오는 22~24일, 29~31일 6일간 8회에 걸쳐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현재상영중 2016’ 콘서트를 연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2회째를 맞았다. 공연 하루 전날인 21일 이곳 공연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미쓰라(본명 최진·33)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서 양질의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게 준비를 많이 했다”고 자신했다.

현재상영중 2016은 관객의 선택에 따라 공연 콘셉트가 당일 결정된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 준비된 테마는 총 6가지. 전기영화(‘히말라야’), 스포츠(‘블랙스완’), 생존 드라마(‘마션’), 호러(‘검은 사제들’), 사극(‘후궁’), 느와르(‘신세계’)가 선정됐다.

이 가운데 온라인 사전투표(20%)와 당일 현장투표(80%) 결과를 합산해 공연 직전 콘셉트를 결정한다. 공연 당 세 가지 테마를 선뵌다. 에픽하이이기에 가능한 파격이다.


물론 일반 공연보다 준비하기가 까다롭다. 각 테마 당 셋리스트가 달라 모든 곡을 연습해야 한다. 공연 중간 상영될 영상물들도 영화마다 따로 찍어 놨다. 무대에도 각자 역할에 맞는 분장을 하고 오른다.

그럼에도 이런 공연을 기획한 이유는 “여러 회차를 모두 관람하는 관객들이 있는데 그분들께 매번 똑같은 무대를 보여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라고 미쓰라는 말했다.

막강한 관객 동원력을 자랑하는 에픽하이가 소극장 공연을 여는 것도 이색적이다. 수익 면에서는 당연히 밑지는 장사다. 대형 공연장을 빌려도 객석은 꽉 들어찰 테니 말이다.

타블로(본명 이선웅·36)는 “회사(소속사) 입장에서는 큰 곳에서 하는 게 좋을 수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소극장 공연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관객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보이고, 누가 기침하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공간이 좋더라. 웬만하면 영원히 하고 싶다”고 전했다.

공연은 꾸준히 여는데 앨범 발매 소식을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2014년 발매한 ‘신발장’이 마지막이다. 투컷(본명 김정식·35)은 “앨범 작업은 마치 생활습관처럼 계속 하고 있는데 언제 발표할지는 확실히 대답할 수 없다”며 난처해했다.


타블로는 “YG 양현석 사장님도 ‘너희 왜 자꾸 공연만 하냐’고 그러시더라”며 “속도를 붙이긴 해야 될 것 같은데, 공연이 너무 재미있다. 가수가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일이 신곡과 앨범을 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관객과 팬을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20대 때는 빨리빨리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 지금은 우리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그리고 어쩌다 셋 다 결혼을 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해지고…(웃음). 서로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데뷔 14년차를 맞았다는 말에 에픽하이 세 멤버는 “(벌써 그렇게 됐는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투컷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햇수를 헤아리기도 했다.

타블로는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땐 3년 이상 가수를 할 수 있을 거라 누구도 상상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나 싶다. 예전에는 콘서트 직전까지 에너지가 넘쳤는데 이제는 폐렴에 걸리고 담도 온다. 그래도, 아직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