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스타로 유명한 러시아 여자육상 선수가 ‘배신자’ 논란 끝에 다음달 열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 러시아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도핑 스캔들 파문으로 출전금지 당한 조국 대표팀을 버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며 마녀사냥을 당한 뒤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국적 여자 멀리뛰기 선수 다리아 클리시나(26)가 리우 올림픽에 러시아 대표팀 소속으로 뛸 수 있다고 발표했다. 도핑 스캔들을 폭로한 여자 800m 달리기 선수 율리아 스테파노바(30)는 독립선수(Independent Athlete) 신분으로 출전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최근 국제육상연맹(IAAF)이 리우 올림픽에 최근 도핑 스캔들을 이유로 러시아 육상선수 67명을 참가 불허하면서 벌어졌다. 3년 가까이 미국에 머물며 훈련과 광고촬영 등을 한 탓에 러시아 체류기간이 없다시피 했던 클리시나는 독립선수 신분으로 출전이 허가됐다. IOC의 최종허가만 통과하면 출전이 확정되는 상태였다.
IAAF의 출전허가 통보에 감격한 클리시나는 지난 10일 클리시나는 페이스북에 “정말 행복하다”고 적었다. 여기에는 응원과 함께 배신자라는 비난 덧글이 줄지어 달렸다. 조국을 배신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겼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비난은 온라인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러시아 일간 ‘아르규맨티파티(Аргументы и Факты, 논쟁과 진실)’는 ‘모두를 배신한 하나: 육상선수 다리아 클리시나가 인민의 적이 되기까지’라는 제목의 기사로 노골적으로 클리시나를 비난했다. 러시아 정부를 비호하기로 유명한 언론인 드미트리 스미르노프는 11일 트위터에서 클리시나를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협조한 소비에트연방 회원국에 비유했다.
클리시나는 사태과 확산되자 “우리(러시아 대표팀) 모두가 출전할 수 있었으면 했다”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이어 “많은 압박감을 받고 있다”면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IOC의 이번 결정으로 대표팀 소속 출전은 가능해졌지만 이미 등을 돌린 여론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클리시나는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로 최근 수년간 미국에 체류하며 나이키와 세이코 등 광고에 출연했다. 지난해 6월에는 피겨스케이트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1)와 함께 패션잡지 보그(Vogue)의 러시아판 표지를 장식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