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가 재난현장에 지급하는 응급구호세트에서 생리대를 제외키로 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국민안전처가 지난 4월22일 입법예고한 ‘재해구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보면 오는 8일부터 재난 상황 때 여성들에게 지급되는 응급구호 세트에서 생리대를 제외시켰다.
이에 세계적인 서명운동 사이트 아바즈(AVAAZ.ORG)에서는 지난 3일부터 ‘재해구호물자 품목에 생리대가 제외된 것에 대해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2천여 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 청원서는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에게 보내는 것으로 ‘재해구호물자 품목에 생리대를 제외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청원서에는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여성마다 생리대 취향이 다른데 정부가 이를 일률적으로 주문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하며, 생리대를 구호물자에서 뺀 이유라고 답했다”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구호물자는 취향에 따라 넣고 빼는 것이 아니라 그 필요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응급구호세트는 재난상황 발생 때 지방자치단체 등이 해당 주민 등에게 긴급하게 지급해야 할 품목들을 법령으로 규정한 것이다.
재난상황 발생 때 지급되는 현재 응급구호세트는 담요 2장, 세면비누 1개, 수건 2장, 화장지 1개, 칫솔 1개, 베개 1개, 볼펜 1개, 메모지 1개, 손거울·빗 1조, 손전등 1개,면장갑 1켤레, 간소복 1벌, 우의 1개, 속내의1벌, 양말 1켤레 등이다.
남·녀 공통품목에는 1회용 면도기 1개(남성용)와 일반중형 생리대 1팩(여성용)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지난 4월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오는 8일부터 남성에게 지급되는 1회용 면도기는 유지한 반면 여성에게 지급되는 생리대를 제외시켰다.
국민안천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리대는 메모지, 볼펜, 우의, 손전등과 마찬가지로 활용도가 낮은데다가 활용연령대도 14~50세로 제한적이다. 제품 선택 등 개인 취향의 문제가 있고 오래 보관할 경우 변질가능성이 있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생리대의 유통기한은 3년인 반면 응급구호세트의 보존연한은 5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게 안전처의 설명이다.
국민안전처의 시행규칙에 네티즌들은 "여자생리대 필수품 아닌가요?" " 위급상황에 취향 따진다고요?" "슬리퍼는 챙기면서 생리대는 뺀다니 어이가없다" "제일 필수적인걸 제외 시키다니" "여성부는 뭐하고있나?"라고 반응했다.
논란이 일자 국민안전처는 5일 해명 자료를 내고 "재난구호물품에서 생리대를 제외하기로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여성 이재민의 위생ㆍ청결문제 등을 고려해 양질의 생리대를 지급하고자 세트화 품목에서 제외하는 대신 필수지급품인 개별구호물품으로 전환해 생리대를 지급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재해구호법 시행규칙’에는 개별구호물품 추가 항목에 ‘모포 2장’만 포함됐을 뿐 생리대는 언급돼있지 않아 '말바꾸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저런 결정을 내리는 안전처 직원들은 아내도 없고 주변에 딸 가진 친구도 없나 봅니다" "생리대 제외했다가 슬그머니 다시 끼워넣었네" "국민안전처 믿음이 떨어진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안건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휴지나 신발깔창, 신문지 등으로 생리대를 대체품으로 사용한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라 올라온 가운데 국민안전처는 응급구호세트에서 생리대를 제외 시킨 후 비난과 우려에 눈치보기 급급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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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