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조기 탈락의 쓴잔을 건넨 페루의 결승골은 명백한 핸들링 반칙이었다. 이 골을 넣은 라울 루이디아스를 포함한 페루 대표팀 선수들과 일부 축구팬들은 “공이 허벅지에 맞았다”고 주장했지만 골문 주변에 모두 7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호크아이 시스템’은 논란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았다.
페루는 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브라질을 1대 0으로 격파했다. 페루는 예상 밖의 대어를 잡고 조별리그 최종 전적 2승1무(승점 7)로 B조 1위에서 8강으로 진출했다. 비기기만 해도 8강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브라질은 최종 전적 1승1무1패(승점 4)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위는 에콰도르(1승2무‧승점 5)다.
오심이 있었다. 루이디아스는 후반 30분 브라질 골문 앞에서 왼쪽으로부터 올라온 공을 오른팔로 밀어 넣었다. 고의보다는 자세를 잡지 못하고 다급하게 몸을 내미는 과정에서 손이 공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 공은 루이디아스의 팔을 맞고 방향을 틀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공이 루이디아스의 허리나 허벅지를 맞고 들어간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명백한 핸들링 반칙이었다. 하지만 주심과 부심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심판진은 브라질의 항의와 페루의 반박 속에서 경기를 중단하고 상의한 끝에 루이디아스의 득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코파 아메리카 조직위원회가 정확한 득점판별을 위해 7대의 카메라를 골문 주변에 설치한 ‘호크아이 시스템’은 루이디아스의 반칙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각도의 카메라에선 공이 허리나 허벅지를 맞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를 비춘 카메라 한 대가 마치 라켓을 휘두르듯 팔로 공을 쳐 골문으로 넣은 장면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1986 멕시코월드컵의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처럼 반칙을 저지른 손의 위치, 또는 그 실체조차 애매해 불거진 ‘신의 손’ 논란은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오심이 승부를 갈랐지만 이 한 골을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진했던 브라질의 경기력이 더 문제였다. 브라질은 전반전 내내 높은 수비벽을 쌓은 페루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후반전엔 무기력한 슛만 남발하면서 페루에 역습을 허용했다. 오심으로 결승골을 허용한 순간도 결국 역습을 당한 상황이었다. ‘신의 손’보다 해결사의 부재부터 조직력 붕괴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브라질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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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