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 쓰는 여인’ 황인옥 작가가 5월 25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플라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해피 트리(HAPPY TREE·행복나무)’다. 작가는 미국 뉴욕, 플로리다 템파, 마이애미, 시카고, LA 오렌지 카운티 등 미국 순회전 등 개인전 19회, 그룹전 및 기획전 100여회를 가진 중견 작가다.
최근 방영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그의 ‘HAPPY TREE’가 나왔고 JTBC ‘순정에 반하다’, MBC ‘전설의 마녀’ 등에서도 작품이 소품으로 등장했다. 방송국의 미술감독이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작품을 조사하다가 작가의 그림을 보고 섭외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해피 트리가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틈만 나면 붓을 잡았고 희망대로 화가가 됐다. 예술가 집안의 환경에 영향을 주고받았다. 동양화를 그리는 어머니와 도자기 작업을 하는 동생, 사진작가와 조각가로 활동하는 작가의 아들과 딸, 디자인을 전공한 동생의 남편 등 7개 장르에서 각기 작업에 매달리는 3대 예술인 가족이다.
미국 순회전은 플로리다 템파 쪽에 큰 갤러리에 6점을 출품했다. 100여 명의 외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회로 동양계 한국 화가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그곳에서 작가는 컬러 면에서 한국 사람들이 별로 쓰지 않는 컬러라는 얘기를 들었다. 133가지 색을 내는 작가만의 독특한 색 쓰기가 좋은 반응과 호평을 얻어낸 것이다.
작가의 작품 제목은 ‘해피트리, 즉 행복나무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하느냐에 대해 고심을 많이 하고 작가가 행복해야 작품도 행복한 작품이 나오고 관람객들도 행복해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행복한 걸 가지고 3년 정도 연구하고 실천한 결과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작품이 나왔다.
“어떻게 색을 써야 하고 사람들이 내 작품을 봤을 때 행복한 바이러스가 나올까 고민하면서 실천했지요. 모든 것에 감사한 거죠. 숨쉬는 거, 걸어 다닐 수 있는 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거 등 사소한 것에 감사하니까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저절로 행복한 생각이 들었어요. 해피트리도 그런 마음에서 나온 거고요.”
작가는 보색을 많이 사용한다. 보색은 잘못하면 촌스럽게 되기 때문에 작가들이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보색을 자신만의 붓질로 잘 관리해서 멋쟁이 색을 창조해냈다. 창작이란 이런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색을 만들어 내는 게 창작이 아니겠는가?
작가의 작업은 오랜 시간 노동력을 요구한다. 디테일하게 점을 찍는 작업은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20분, 30분 정도 덧칠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예쁜 색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는 “시간에 비해 작품이 이것밖에 안 나오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한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행복나무를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집을 가도 그림이 있고 액자가 있어요. 어떤 사람한테 어떤 색이 어울리고 어떤 장소에 어떤 그림을 걸어놔야 하는지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한 적 있어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는 것은 다 행복해지기 위해서거든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행복해지면 좋겠다 싶어서 해피트리를 창작하게 됐지요.”
해피트리를 작업한 것은 10년가량 됐다. 작업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기분이 나쁘다든지 하면 그림을 못 그린다고 그는 밝혔다. 작업할 때는 마음을 정리하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느끼면서 작품을 만들었단다. 병원에 걸린 작품은 괜히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진다면서 병원이 잘됐다.
작가의 작품은 물걸레질을 해도 될 정도로 변하지 않는다. 재료도 최고로 좋은 걸 쓴다. 캔버스와 틀도 변형이 안 되는 것으로 쓴다. 최고의 보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드라마 소품으로 사용되면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는 작품을 거꾸로 걸어두었다는 것이다. 소장이나 판매는 아니다. 드라마 쪽에서 대여료를 주지 않지만 시청자들이 그림을 보고 행복해진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의 행복나무(HAPPY TREE) 그림 속에는 해피바이러스가 가득한 행복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해피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트릴 계획이다. 작가는 “진정 행복한 삶은 행복 또는 불행을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몸과 마음의 평화로운 상태”라며 “가장 행복한 첫째가 ‘부와 명예도 아닌 하루하루 그저 살아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