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 10년간 취업 제한 '위헌', 왜?

입력 2016-04-28 17:54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이에게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을 못하게 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돼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다. 헌재는 지난달에도 같은 이유로 성인 대상 성범죄 의료인에 대해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한 법 조항을 위헌 결정한 바 있다.

28일 헌재는 강제추행죄를 저지르고 공주치료감호소에 수용 중인 A씨가 제기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의 헌법소원사건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성범죄로 형·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대해 형·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면제·유예된 때부터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을 개설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대상자들의 성범죄 전력에 기초해 어떠한 예외도 없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간주한 점에 주목했다.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여전히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치료감호제도의 취지와도 모순된다는 판단이었다. 헌재는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으로 취업제한을 하는 것은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번 결정이 성범죄자에 대한 취업제한 제도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기에 앞서 재범 위험성 정도에 대한 구체적 심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정문에는 독일의 입법례를 참고해 법관이 취업제한기간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 담겼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