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현역의원 혈투 예고”장윤석-이한성, 김재원-김종태 정면 승부

입력 2016-02-28 20:14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에서 통폐합 결정이 내려진 일부 지역구의 경우 현역 의원들 간 물러설 수 없는 '혈투'가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여야 모두 각자의 '텃밭'이라 불리는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또 여야가 아닌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 '집안싸움'이 벌어지게 된 구도가 대부분인 만큼 의원 개개인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홈그라운드' 경북에서의 당내 혈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선거구가 14석에서 12석으로 2석 줄어든 경북의 경우 3선의 장윤석 의원(영주)과 재선의 이한성 의원(문경·예천)이 영주·문경·예천 지역구에서, 재선의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과 초선의 김종태 의원(상주)이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서 각각 경쟁하게 됐다.

장윤석 의원은 이런 획정 결과에 대해 "4선 국회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 내 팔자에 어떻게 쓰여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라며 "선거구획정 결과 발표 직후 이한성 의원과도 전화통화를 했고, 무엇보다 서로 최선을 다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군위·의성·청송·상주의 분위기는 사뭇 긴장감이 돌았다.

김재원 의원은 "생활권과 문화권이 다른 선거구획정으로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있어서 선거에 임하기 참 어려운 입장이지만 그래도 정정당당히 주민에게 다가가서 선거에서 깨끗이 심판을 받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그저 힘들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김종태 의원은 "유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경쟁자 김재원 의원을 향해 "'진박'의 후보자니 대통령의 오른팔이니 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니는 것이 참 안쓰럽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재선의 황영철 의원(홍천·횡성)의 지역구가 한기호 의원(철원·화천·양구·인제)과 염동열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의 지역구로 각각 쪼개져 붙게 된 강원에서는 황 의원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다.

황 의원은 "공룡선거구의 탄생을 야기한 이번 획정 결과의 부당함을 알리는 차원에서 불출마로 뜻을 피력하거나 고향인 홍천 지역구에 출마해 깨끗하게 선거를 치르는 방안 중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선거구가 11곳에서 10곳으로 1석 줄어든 전북에서 중진들 간의 혈투가 치열할 전망이다.

고창·부안 선거구에서 3선을 한 김춘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정읍·고창, 김제·부안으로 조정된 가운데, 김제·부안에 출사표를 내기로 해 같은 당 3선인 최규성 의원과 경쟁하게 됐다.

김 의원은 "3선끼리 붙는 곳은 이 지역이 유일할 것"이라며 "경선 준비를 철저히 해 정책 대결에서 이기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 역시 "일흔 살이 다 돼 가는 3선끼리 붙으니 국민이 보기에도 재미있지 않겠느냐"며 "'쿨'하게 경쟁하겠다"고 받아쳤다.

전남에서도 현역 의원들 간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장흥·강진·영암에서는 강진·장흥이 떨어져 나와 같은 당 김승남 의원 지역구인 고흥·보성과 합쳐졌다.

황 의원은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에서 출마할 것"이라며 "(김 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당내 경선을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 역시 "한 사람이 수용하든가, 불출마 선언하지 않는 한 경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남 무안·신안인 자신의 지역구에 당초 황 의원의 지역구 중 일부였던 영암이 붙게 된 더민주당 이윤석 의원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주영순 의원 등과 맞서게 됐다.

이 의원은 "저는 18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과 맞섰고, 19대 총선에서는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에 맞서 이겼다"며 "결코 불리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